임원경제연구소 정명현 소장, 조선 ‘임원경제지’ 번역에 일생을 바치다

농업·화훼·목축·의학 등 16개 분야
총 113권 중, 17년간 18권 번역 출판
“살아있는 파주문화유산 관심 부탁”

조선후기 한 실학자가 저술한 책을 인문, 한의학 등 전공 연구원과 함께 17년째 번역작업에 매달리는 집념의 학자가 있다. 주인공은 파주에서 임원경제연구소를 이끄는 정명현 소장. 그는 파주 장단 출신의 풍석(楓石) 서유구(徐有? 1764~1845) 선생이 200여 년 전 쓴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완역에 일생을 걸었다.

‘임원경제지’는 서유구 선생이 1806년부터 40년 동안 집필했던 조선 최대 실용백과사전이다. 시골(향촌)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데 필요했던 농업, 화훼, 목축, 의학 등 16개 분야로 나눠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라고도 불리며 총 113권, 2만 8천여 표제어, 252만여 자로 구성됐다.

정 소장 등의 노력으로 임원경제지는 2009년 본리지(농업) 3권이 처음 번역된 데 이어 2012년 개관서, 섬용지(건축) 3권, 상택지(살기 좋은 명당) 1권, 유예지(독서) 3권, 예규지(가정경제) 2권, 이운지(문화예술) 2권 등 모두 18권이 번역출판됐다.

그가 서유구 선생 책 번역에 나선 것은 대학에서 유전공학을 전공한 뒤 2002년 서울대대학원 석사과정논문으로 조선어류기록서인 자산어보(다산선생 형 정약전저)를 쓰면서 접했던 임원경제지(어류편) 때문이었다.

정 소장은 “당시 살펴봤던 임원경제지는 열악한 조선문명을 반성하며 개혁 필요성을 고민한 역작이었다. 전체 113권 속에 나오는 16개 분야마다 인용서적을 세밀하게 기록해 놓는 치밀성에 놀랐다”며 “2003년부터 번역에 돌입하면서 2008년 뜻있는 연구자들과 임원경제연구소를 설립, 번역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명현 소장은 “완역은 2023년까지 목표이지만 모 어학원, 풍석문화재단 외 후원이 적어 작업 속도가 더디다”며 “임원경제지는 과거의 죽은 지식이 아닌 현재 살아 있는 파주문화유산이다. 파주시가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깊이 고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파주=김요섭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