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버섯산업의 현주소와 해결과제

하태문

우리나라의 버섯 인공재배는 1935년 일본으로부터 표고종균이 도입된 것이 시초이다. 그 후 1955년 양송이가 경기도 임목양묘장에서 시험재배 되면서 서울근교, 경남, 제주도 동굴에서 시험재배가 됐다. 1990년대 이전이 노동력에 의존한 시기라면 이후는 대량생산이 시작된 시기였으며 대량생산 기반이 없던 그 시기에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버섯재배용 장비와 기술을 도입해야만 했다.

1992년 경기도농업기술원에 버섯연구소가 설립되면서 대량생산 기반이 마련됐다. 플라스틱병과 봉지를 활용해 자동화 재배에 적합한 재료의 조성, 품종의 육성, 생육환경, 장비 개발 등 타 도와 차별화된 연구결과를 내면서 대량생산체계가 확립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버섯재배기술을 도입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우리의 기술과 장비가 중국, 유럽 등으로 수출되고 있고, 우리 기술을 배우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버섯연구소를 방문하고 있다. 30년 만에 역전된 것이다.

경기도는 우리나라 대표버섯인 느타리버섯의 생산, 기술, 유통 등에 있어 절대적 지위에 있다. 전국 느타리버섯 생산량의 70%가 경기도에서 생산되고 있고, 기술력은 타 도를 압도할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다. 광주 곤지암에 위치한 버섯연구소는 우리나라 느타리버섯 생산 비중이 가장 높은 양평, 여주 지역과 인접해 있어 R&D와 기술보급이 유리하고, 특히 경기도 버섯 농가 학습단체인 ‘경기도버섯연구회’와 유기적 협력과 교육을 통해 기술전파가 빨랐던 것이 경기도가 버섯재배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와 소비둔화로 버섯가격은 점점 하락하고 있고, 재료비와 인건비의 상승으로 경영여건이 나빠지고 있다. 게다가 세계 최대 버섯생산국인 중국의 위협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버섯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고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버섯재배시스템 구축과 보편화가 필요하다. 현재의 버섯 재배형태는 30년이 지난 구식 버전이다.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 등을 기반으로 하는 버섯재배 농법이 필요하다. 버섯 생육관리를 인공지능에 맡기고 수확과 포장을 기계가 알아서 하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버섯재배 과정에서 버려지는 에너지와 이산화탄소(CO2)를 원예작물 재배에 재활용하는 작목융복합농업의 중심에 버섯이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은 유통혁신이다. 버섯의 가격하락은 과잉생산보다는 생산자와 수요자 간 연결이 원활치 못한 데 기인한다. 현재의 버섯유통은 생산자가 구매자를 찾아야 하고 생산자의 가격협상력이 별로 없는 방식이다. 대형 도매시장의 경매가격과 대형마트가 결정한 가격에 따를 수밖에 없다. 생산자가 조직화되고 생산지를 단지화시켜 생산물량을 한 덩어리로 모음으로써 생산자 중심으로 가격협상력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잘 갖추어진 e-커머스 당일 배송 온라인 네트워크를 활용해 생산자는 판매를 걱정하지 않고 생산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외진출이다. 물론 현재도 미국, 유럽, 동남아 등으로 5천2백만불 이상이 수출되고 있다. 물량으로 따지면 약 2만톤 정도로 생산량의 약 13~15% 정도를 차지하는 양이다. 우리나라 버섯재배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놓고 보면 수출물량을 충분히 늘릴 수 있다. 이를 위해 선도유지 기술, 수출버섯의 위해요소분석과 중점관리(HACCP) 강화, 콜드체인시스템의 확대도 필요하다.

‘버섯’하면 무공해 친환경농산물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게 된다. 삼고삼저(三高三低)로 통하는 대표적인 건강식품이며 좋은 먹거리다. 삼고는 단백질, 무기물, 비타민 함량이 높고, 삼저는 열량, 탄수화물, 지방 함량이 낮다는 의미다. 코로나19로 방콕생활이 늘어나는 이때, 버섯을 곁들인 요리를 즐겨보시길 권하고 싶어진다.

하태문 경기도농업기술원 버섯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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