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화도시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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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전, 지금은 ‘의정부그냥음악극축제’가 돼버린 ‘의정부국제음악극축제’ 때의 이야기다. 축제의 프로그램 중 하나로 ‘누구나피아노’를 기획했다. ‘누구나피아노’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누구나 연주 할 수 있도록 피아노를 설치하는 것이다.

직장 퇴사 후 1년간 가족과 함께 세계여행을 하던 중 유럽을 비롯해 여러 대도시의 스트리트피아노를 접하고 신선함을 넘어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살아가며 사랑하는 의정부에도 이러한 문화가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단순한 마음에, 예술의 전당이 주최했던 기획자 세미나 때 알게된 신미희음악학원 원장에게 피아노를 기증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신 원장은 너무나 쉽게 기꺼이 기증의사를 밝혔다. 음악극축제의 김미정 선생의 도움으로 의정부역사에 ‘누구나피아노’라는 이름으로 의정부판 스트리트 피아노를 설치했다.

처음 기획단계에서 ‘축제기간동안 이 피아노가 잘 운영이 될까. 연주하는 사람들이 없으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시간을 채울 연주팀들을 조사하는 등 섭외를 계획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기우에 불과했다. 피아노가 설치되고 조율이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피아노 소리가 흐르기 시작한다. 지나가는 학생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자기가 할 수 있는 곡을 연주하고 또래들끼리 즐거워한다. 엄마손을 잡고 가던 어린 꼬마아가씨가 자기도 치고 싶다고 엄마를 끌어당긴다. 엄마는 아이의 연주를 영상에 소중히 미소와 함께 담는다. 페북을 타고 젊은 친구들이 모여든다. 피아노 배틀이 벌어지고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감성을 자랑한다.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한참을 앉아서 전혀 어울리지 않은 모습으로 전혀 어울리는 곡을 완성한다. 놀라웠다. 의정부의 음악인들이 모여든다. 지나가면서 그냥 연주를 한다. 누군가 피아노소품집악보를 가져다 놓는다. 역사에 기다리는,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냥 관객이 된다. 오래간만에 환호와 박수를 미소를 공유한다. 기분이 좋았다.

얼마 안가서 역에서 난색을 표한다. 밤늦게까지 연주하는 시민들이 있어서 시끄럽기 때문에 운영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30분까지로 제한했다. 청소하시는 분의 항의도 있었다. 그때 ‘아! 누구나피아노가 지속되기는 쉽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항의가 있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예술은 결과로 표현된다. 그래서 훌륭한 작품은 인기가 있고 대중은 환호한다. 다만, 예술을 사랑하고 문화로 녹여내는 일은 녹록지 않은 일이다. 문화도시는 결과의 예술을 추구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예술의 과정을 이해하고 존중하며 지지할 수 있어야 문화도시가 되지 않을까. 의정부는 문화도시를 지향한다. 완성된 공연과 작품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공공이나 시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 좋은 작품들은 알아서 소비자들이 찾을 테니 말이다.

시민들의 넘치는 예술적, 문화적 끼를 발산할 수 있도록 또한 시민들의 존중과 지지가 필요하다. 조금 시끄러움 복잡함, 그리고 어설픔의 과정이 없다면 멋진 작품이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어쩌면 의정부역사에서 누구나피아노를 다시 만나고 계속될 때 의정부가 문화도시의 문턱을 넘는 순간이 아닐까 한다. 그날을 기대해 본다.

황승찬 의정부시립합창단 단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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