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손녀와 할아버지
[생각하며 읽는 동시] 손녀와 할아버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녀와 할아버지

                                    임병호

은희와 할아버지가

공원길을 걸어갑니다

세 살배기 은희가

걸음을 멈추고 꽃들을 가리키며

“아이, 참 이쁘다!” 합니다

“아니, 은희가 더 이쁘지요∼”

할아버지의 말씀입니다

“진짜?”

“하늘 땅땅만큼!”

은희와 할아버지가 손뼉을 칩니다

나풀나풀 춤추던 노란 나비가

은희 머리 위에 앉았습니다.

촌수로만 따지자면 할아버지와 손녀는 쪼끔 먼 사이다. 둘의 사이에 엄마 아빠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친함으로 따지자면 엄마 아빠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엄마 아빠한테 하지 못하는 어리광을 할아버지나 할머니한테는 얼마든지 부릴 수가 있고, 할아버지나 할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주기 때문이다. 이 동시는 손녀의 어리광과 할아버지의 유머스런 사랑을 이야기하듯 보여준다. 공원에 나온 할아버지와 손녀 은희가 꽃을 보며 나누는 대화가 산들바람처럼 간지럽다. 여기에 노랑나비까지 날아들었다. ‘꽃보다 예쁜 은희’란 할아버지의 말에 “진짜?” 하며 되묻는 손녀의 저 앙증스런 물음이 얼마나 귀여운가. 여기에다 “하늘 땅땅만큼!” 하는 할아버지의 저 대꾸가 또한 맛소금이다. ‘나풀나풀 춤추던 노란 나비가/은희 머리 위에 앉았습니다.’ 할아버지와 손녀의 대화에 화답이라도 하듯 은희 머리에 살포시 내려앉은 나비는 이 동시를 빛내주는 배경이자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시인은 자유시와 시조에다 동시까지 넘나들며 자유자재로 쓴다. 수원에서 태어나 수원을 한 발짝도 떠나지 않은 수원 토박이 시인이다. 손녀를 키우며 느낀 회포를 한 폭의 수채화로 그렸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