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경기교육] 포스트코로나 시대, 교사의 역할을 묻다

道교육연구원, 코로나19와 교육 연구, 비대면 환경으로 배움 사각지대 놓여…교사 80% “학생 간 학습격차 커졌다”

수원 영화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담임교사가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경기일보 DB
수원 영화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서 담임교사가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모습. 경기일보 DB

교육전문가들은 지난 반년을 되돌아보고 ‘포스트코로나’ 시대 교육 패러다임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코로나시대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교사 역할 변화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 삶의 양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전환점이 되면서 교육적 위기와 사회적 위기를 빚어내고 있다.

교육에 있어서는 배움의 지체와 교육격차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코로나로 인해 자연과 자본간 모순과 성장의 한계를 인식하게 되면서 생태의 중요성에 대해 눈을 뜨게 됐다.

또한 개인주의나 혐오와 차별이 횡행하고 국수주의로 회귀하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인류는 고립과 연대 사이의 갈림길에 서 있다.

“단순 지식전달자 NO… 학습전략 안내자돼야”

코로나19는 우리가 당연시했던 가치와 생활양식에 대해 성찰하는 계기로 작용하면서 우리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첫째, 우리가 바라는 교육의 모습은 무엇인가? 둘째, 인간을 둘러싼 자연과 환경, 생태계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 셋째, 우리는 온라인 세상과 오프라인 세상에서 어떤 시민으로 살아가야 할 것인가?

경기도교육연구원(원장 이수광)은 최근 발표한 ‘코로나19와 교육: 교사전문성에 주는 시사점(연구책임자: 조윤정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공동연구자: 박휴용 전북대학교 교수)’ 연구에서 이상의 세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 학교교육의 방향과 교사전문성에 대해 고찰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와 포스트코로나 시대 학교교육의 방향 그리고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요구되는 교사전문성과 교사상은 어떤 모습인지 정리해봤다.

■ 코로나發 배움의 지체와 교육격차 심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언택트 현상은 공교육의 정상적인 운영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교사와 학생이 직접 만나 소통하고 학습하던 기존의 교육장면은 온라인 학습으로 대체되고, 등교수업은 온라인 콘텐츠에 대한 복습과 이해도를 측정하는 시간이면서 수행평가를 실시하는 시간으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 8월11일 교육부가 전국 초중고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수업 실시 후 ‘학생 간 학습 격차가 커졌다’고 응답한 교사가 약 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위권 학생들의 성적이 하향 평준화되면서 중위권 학생의 비중은 줄어들고 있으며 온라인교육이 ‘마태효과’ 즉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낳고 있다. 공교육은 학습격차 해소를 통해 교육평등을 실현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환경 속에서 오히려 교육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또한 장애학생과 다문화 학생, 부모가 학생의 학습을 세심하게 돌보지 못하는 학생들은 배움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면서 배움의 지체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 포스트코로나 시대 학교교육의 방향… 배움과 성장의 지속성 확보

이 같은 코로나발(發) 배움의 지체와 교육격차 심화로 인해 포스트코로나 시대 학교교육의 방향에 대해 연구진은 첫째, 우리가 바라는 교육의 모습은 배움과 성장의 지속성 확보이며, 이를 위해서 학습자 주도성을 살리는 교육, 학습동기를 높이고 상호작용과 소통을 강화하는 교육, 협력을 촉진하는 교육, 기초학력을 강화하고 교육격차를 완화하는 교육을 실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둘째, 인간을 둘러싼 자연과 환경, 생태계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태적 전환을 실천하는 교육을 통해 인간과 생태계, 즉 모든 존재가 상호 창조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교육 자체가 생태적 전환이 돼야 하며, 학교를 생태적 전환의 리빙랩으로 전환해야 하고, 지역사회를 순환경제로 전환해야 하며 학교가 전환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셋째, 온라인 세상과 오프라인 세상에서 디지털 시민과 세계시민으로 살아가야 하며 이를 위해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와 디지털 시민성을 키우는 교육, 범주 확장 교육, 글로벌 연대와 협력을 지향하는 세계시민교육을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교실 앞’의 지휘자에서 ‘교실 뒤’의 조언자 역할

연구진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나아가야 할 교육 방향에 따라 요구되는 교사전문성과 새로운 교사상으로 △학습전략의 안내자 △학습과 삶을 연결하는 맥락전문가 △개별 피드백을 제공하는 평가전문가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춘 교사 △생태적 전환의 실천가, 네트워킹 전문가 △삶의 통찰을 제공하는 파수꾼으로서의 스승 등을 새로운 교사상으로 제시했다. 이와 같은 교사전문성의 확장과 심화는 새로운 교육을 만들어가는 가장 중요한 주춧돌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인터넷과 스마트기기로 대표되는 지식정보망의 발달로 인해 학생들은 자발적이고 역동적이며, 협동적인 학습자가 됨에 따라 교사는 ‘교실 앞’의 지휘자에서 ‘교실 뒤’의 조언자 역할을 하게 됐다. 따라서 교사는 더이상 지식 전달의 효율성만을 찾는 ‘지식전달자’ 역할에 머물지 말고 학습전략을 가르치는 학습의 안내자가 돼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이 인터넷 자료를 활용해 프로젝트를 수행하도록 안내하고, ‘학습하는 방법 (learn to learn)’을 알려주는 안내자가 거듭나야 한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는 지금 이 순간이 ‘실존의 위기’임을 경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사는 이전과는 다른 존재론, 세계관, 가치관, 인생관, 그리고 시민적 덕목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스승은 특정 분야의 지식이나 기능을 가르치는 전문인이 아니라 한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삶의 자세와 함께 필요한 제반 능력을 길러주고 이를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과거 우리가 ‘스승’으로 불렀던 교사상과 일맥상통한다.

이번 연구를 통해 연구진은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이 스승이 될 자격이 있다는 것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어떤 가치를 지향하며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서 학생들이 각자 자신의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깨어있는 파수꾼이며 참스승이라고 정리했다.

강현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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