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지난 6일 폭설과 3년 만의 한파가 동시에 덮치면서 구리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그런데 서울시는 시내 교통이 마비되는 등 제설 대응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자 제설을 전면 민간용역으로 돌리고 심지어 제설 차량도 전량 매각을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단언컨대 민간위탁이 능사는 아니다. 특히 재난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말이다. 필자가 시장으로 있는 구리시의 사례를 살펴보자.
지난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인 메르스(MERS)로 전국이 공포에 휩싸였을 때 구리시에도 한 대형건물에 있는 요양병원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나왔다. 그 건물에는 예식장도 있고 키즈카페도 있어 초동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즉시 건물을 폐쇄하고 공무원 329명(누적인원)이 현장정리와 내부소독을 위해 긴급 투입됐고 건물 내부에 있던 인원을 다른 곳으로 이송하는 업무까지 모두 구리시 공무원들이 도맡았다.
왜냐하면 민간 용역업체도 그런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건물로 들어가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산불 발생 시에도 마찬가지다. 산불이 발생하면 큰불은 소방관과 헬기가 투입돼 진화하겠지만, 숨어 있는 잔불은 공무원들이 무거운 20리터 물 펌프와 가래를 일일이 등에 지고 산으로 올라가 진화해야 한다. 이번 폭설 때도 마찬가지였다.
구리시는 제설차량 16대, 중장비 3대 및 비상대기 중이었던 공무원 365명을 긴급 투입하면서 새벽 2시를 넘겨서까지 총력 제설작업을 했다. 왜냐하면 북극발 한파로 다음 날 아침에는 기온이 영하 15도 아래로 내려간다는 예보가 있었기에 눈이 얼어붙기 전에 바로 치우지 않으면 다음 날 아침 출근길은 교통지옥이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큰 도로야 장비 투입이 어렵지 않아 제설이 가능하겠지만 이면도로나 인도는 어쩔 수 없이 사람의 손으로 쌓인 눈을 치워야 한다. 쌓인 눈을 먼저 치우지 않고 무작정 염화칼슘만 뿌려댄다고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녁 8시30분께 비상근무를 발령하자 금세 공무원들이 응소하면서 곧바로 제설작업에 전원 투입됐고, 밤 11시20분에 추가로 비상근무를 발령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럼에도 해당 공무원들은 잠자리를 박차고 뛰어나와 길가에 쌓인 눈을 치우는데 함께 했다. 감동의 순간들이 잇따랐다.
그 결과 다음날 아침 출근길에 작은 불편은 있었겠지만 우려했던 교통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과연 이런 상황에 민간에 용역을 주었다면 이렇게 일사불란하고 신속한 제설작업이 가능했을까.
과연 야간에 수백 명의 인력과 수십 대의 장비를 제설작업에 1시간 이내에 투입할 수 있는 민간용역사가 있기나 한 걸까 하는 궁금증이 앞선다.
다음 날 아침에는 주민자치위원회 회원들과 봉사단체 회원들이 앞장서 뛰어나와 골목길에 쌓여 있던 눈을 치워 오후부터는 하얗던 도로가 제 색깔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바야흐로 안도감이 들면서 긴장감이 풀린 탓인지 나른해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기운을 느꼈고 또 행복했던 때였다. 필자는 재난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빠른 판단과 대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무원만이 아니라 모두 함께 재난을 극복하겠다는 시민의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취지에서 이참에 구리시는 폭설대응 조례를 제정할까 한다. 인력을 동원할 수 있는 시민, 봉사단체, 일정 인원을 고용하고 있는 기관단체 및 민간기업이 협력해 공무원과 함께 폭설에 집중 대응할 수 있는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한다면 이보다 더한 폭설도 두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구리시장으로서 늦은 밤 마다치 않고 뛰어나와 준 착한 구리시 공무원들과 한파를 땀으로 녹이며 눈을 치워주신 주민자치위원회 등 시민 봉사단체 회원님들께 고개 숙여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한다. 구리 행복 특별시는 함께 일구어 나갈 때 행복은 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안승남 구리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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