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도록 대한민국을 서술하는 익숙한 말이 있었다. ‘작은 국토에 산이 많고 삼면이 바다이며 자원도 많지 않은 나라.’ 열악한 지리적 조건에 나라를 부강하게 할 지하자원도 별로 없는 빈한한 상황을 드러낸 말인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 말은 우리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내세울 것 없는 나라라는 생각을 내재화하고 이미지화했던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 그런 표현은 뭔가 낡은 관용적 표현처럼 들리는 면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힘이 다른 데서 분출되었던 덕분일 것이다. 그건 모두가 아는 것처럼 ‘교육’의 힘이다. 교육과 교육열에 관한 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뜨거운 우리나라는 ‘사람이 경쟁력’이 되는 원동력을 교육을 통해 실현해왔다. 여기서 일찍부터 한 발 더 들어가 기업의 경영자 교육 계발에 평생을 바친 분을 잠시 추억하고자 한다.
얼마 전 작고하신 인간개발연구원의 창립자 장만기 회장은 ‘좋은 사람 좋은 세상(better people better world)’을 모토로, 인간개발, 인간존중, 생명경외, 멘토링을 통한 인재육성의 철학을 꾸준히 교육을 통해 실천하신 분이다. 잘 살아보자는 시대적 목표 아래,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대를 앞서 읽는 눈을 가진 공부하는 경영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고인은 산업계 각지에서 열심히 일하는 경영자들과 학계, 정계를 잇는 중요한 가교 역할을 했다. 그 과정이자 결실이 1975년 2월 재계와 학계의 명사들의 새벽을 깨워 시작한 ‘조찬 모임’이다. 최고경영자를 위한 ‘인간개발경영자연구회’를 개설하여 매주 목요일마다 아침을 함께 시작했는데, 이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기업인 교육 프로그램으로, 올해 46년을 맞아 현재까지 2천32회를 이어온 현재진행형 전설이 되고 있다. 더불어 인간개발연구원이 평생교육의 산실, 사회교육의 원조로 자리매김함으로써 우리는 모두 고인에게 빚을 지고 있다고 말하는 분도 있는데 매우 공감한다.
이 부고가 더 애틋하게 다가오는 건, 교육 현장에서 있어 보니 교육을 통한, 교육자를 통한 사람과 사회의 성장이 디지털 시대가 발전할수록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기 때문이다. 38세의 젊은 나이에 미래에 정말 필요한 것에 대한 혜안을 가진 선각자의 큰 걸음을 통해 우리 앞의 학생들과 젊은이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헤쳐나갈 인재가 되도록 도울 사명이 새삼 깊이 다가온다.
우리 각자 소중하고 가치 있게 생각하는 일이 모두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하게 변치 않는 우선순위는 이것이 아닐까. 바로 ‘사람’이다. 사람만이 희망이다. 2021년 새해 코로나로 힘든 한 해를 다시 보내야 하는 상황에도 사람에게 희망을 품어보자. 우선 나부터 누군가에게,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 되어줄 수 있는 해로 만들어가는 것은 어떨까.
전미옥 중부대학교 학생성장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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