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공의료 필요성 논의, 왜 계속 제자리인가

요즘처럼 공공의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뜨거운 적이 있었을까?

매일 아침 코로나 확진자 수를 확인하며, 때로는 안도의 한숨을, 때로는 걱정과 우려의 한숨을 쉬며 2020년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작년 12월부터 확산된 지역 감염으로 의료기관과 병상 부족이 사회적으로 대두되는 가운데, 전염병 대응을 위한 공공의료를 확충해야 한다는 의견이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 공공의료기관의 비중은 5.8%(OECD, 2016년 기준)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다.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된 1977년 이후 44년간 건강보험 등 공공재원은 계속 증가했으나 공공병상 비중은 감소하고 그 자리를 민간의료가 담당해왔다. 그동안 경제적 논리 속에서 공공의료를 민간의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인식해 온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한국의 공공의료기관은 OECD 평균 10분의 1 수준으로, 사회보험방식의 의료보험제도를 가진 독일(40.7%), 프랑스(61.5%)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치다. 심지어, 공적 의료보장이 취약하다고 평가받는 미국(23.0%)보다도 낮다. 민간이 의료 공급을 주도하는 구조에서, 병원은 대도시에 집중되고 지방은 필수의료서비스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혹자는 공공의료의 비중이 낮아도 민간의료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고, 민간의료시설이 이미 있는데 공공의료기관 설립을 위해 공적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중복투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일 대규모의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에서는 의료 인프라가 가장 잘 갖춰진 수도권에서조차 확진자가 병상 대기 중 집에서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실정이다. 공공의료기관 확충은 감염병 대응을 위한 병상확보와 소위 돈벌이가 되지 않는 사회적 취약계층의 치료, 시민의 건강증진사업과 지방 중소도시의 필수의료 제공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2013년 진주의료원 폐쇄,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사회적 논의의 중심에 있었지만 계속 제자리에만 있었던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이제 코로나19를 겪으며 다시 반복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어느 곳에 살던 평등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하고, 앞으로 생길지 모르는 또 다른 감염병이 발생하더라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 공공의료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더 이상 제자리걸음을 해서는 안 된다.

이근홍 협성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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