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음악으로 전하는 새해 인사

2020년은 암흑 속에 보낸 한 해였다. 안전을 보장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마스크에 의지하며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야만 했다.

그런데도 새해는 어김없이 밝았다. 예년 같으면 일출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을 찾아가 떠오르는 해를 보며 소원을 이루는 한해를 기원했지만, 올해는 그것마저 할 수 없었다. 신축년 새해를 여는 보신각 제야의 종소리는 VR(Virtual Reality)을 타고 울리고 수십만 구름 인파가 몰리던 해돋이 명소에선 공허한 파도소리가 새해 인사를 대신했다.

1월이면 한해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신년음악회가 줄을 이었다. 신년 음악회로 새해 인사를 하며 청중들과 함께 희망을 얘기했던 그때가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 그립기까지 하다.

어느 공연장이든 신년 음악회에서 빠지지 않고 들을 수 있었던 곡이 있다. 요한슈트라우스 1세인 아버지와, 2세인 아들이 작곡한 곡들이다. 우리는 그들이 작곡한 곡을 들으며 음악으로 새해 인사를 나누곤 했다. 왈츠의 왕으로 칭하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그래서 친숙한 곡이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제2의 국가라고 할 만큼 국민에게 큰 위안과 위로를 안겨주는 곡으로 유명하다.

요한 슈트라우스는 패전 후 우울함을 달래고자 오스트리아의 젖줄 도나우강을 노래한 시인의 시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한다. 처음엔 남성 합창이 들어간 왈츠곡이었으나 초연 후 반응이 좋지 않아 합창을 빼고 순수한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돼 더 인기를 얻게 됐다고 한다.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는 국민 마음속에 깊이 남아 오스트리아를 상징하는 곡이 됐으며 신년음악회에서는 전통적으로 빠질 수 없는 곡이 됐다.

왈츠의 아버지인 요한슈트라우스 1세가 작곡한 ‘라데츠키 행진곡’도 신년음악회 하면 떠오르는 곡이다. 주로 신년 음악회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오스트리아의 전쟁 영웅 라데츠키 장군의 승리를 축하하려고 작곡했는데,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행진하는 군대의 모습을 경쾌하고 힘차게 표현해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절로 어깨를 펴고 활기찬 한해를 준비하게 해준다.

라데츠키 행진곡은 연주하는 사람도 관객도 하나가 되는 곡이기도 하다. 함께 손뼉을 치며 발을 구르는 동안은 모두가 하나다.

코로나19로 함께하며 희망을 그려볼 수는 없지만, 각자의 자리에서라도 음악을 들으며 새해를 설계했으면 좋겠다. 음악으로 전하는 새해 인사는 꼭 공연장이 아니어도 가능하다.

김영은 경기예음챔버오케스트라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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