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지방자치 시즌2, 지방의회법 제정과 함께

우리가 마치 공기를 마시듯이 당연시 여기는 지방자치는 거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지방자치의 역사는 피의 역사였고, 투쟁의 역사였다. 국민은 지방자치실현을 위해 피를 흘렸고, 독재자들은 지방자치를 훼손·사장시켰지만 국민들은 다시 싸웠다.

국민들은 4ㆍ19혁명을 통해 지방자치제도를 쟁취했고, 군사정부는 쿠데타로 지방의회를 해산시켜 30년 동안 지방자치제도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국민들은 다시 ‘지방자치제도 전면 실시’를 쟁취했지만, 노태우는 3당 합당을 통해 지방자치제도를 전면 보류하였다.

이때 평민당 총재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목숨을 건 결단을 하게 된다. ‘지방자치 전면 실시’를 내걸고 전면 단식에 들어간 것이다. 병원 응급실에 실려 갈 정도로 위급한 상황에서도 이어진 13일간의 단식에 굴복해 민자당은 ‘지방자치 전면 실시’를 합의하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김영삼 민자당 대표 최고위원이 병실을 찾아왔을 때, “나와 김 대표가 민주화를 위해 싸웠는데 민주화란 것이 무엇이오. 바로 의회 정치와 지방자치가 핵심 아닙니까. 여당으로 가서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어찌 이를 외면하려 하시오”라고 말했다. 스스로 ‘미스터 지방자치’라고 칭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방자치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이다.

지난 1월12일에 32년 만에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이 공포됐다. 지방자치 시즌2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지방자치의 한 축인 지방의회의 권한과 위상은 아직도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방의회의 오랜 숙원이었던 ‘인사권 독립 및 정책인력 도입’이 마련됐지만, 여전히 의회의 조직 및 예산권은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의 몫이다. 정당정치의 요체인 교섭단체는 국회와 달리 지방의회에서 인정을 못 받고 있다.

강(强)자치단체장, 약(弱)의회가 계속되면 견제권한의 약화로 지방자치단체의 전횡을 막을 수 없게 된다. 결국 불완전한 지방자치는 주민들에게 고스란히 피해를 끼치게 될 수밖에 없다. 지방의회법 제정의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수많은 국민의 피와 땀이 녹아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담긴 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올해로 30년이 됐다. 진정한 지방자치 시즌2는 지방의회법 제정과 함께 시작돼야 한다.

박근철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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