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원폭피해자의 악몽] 한국인 원폭피해 기술 역사교과서 1종 뿐
[끝나지 않은 원폭피해자의 악몽] 한국인 원폭피해 기술 역사교과서 1종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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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기일보가 정부의 교육과정 개정으로 지난해부터 새로 바뀐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14종을 분석한 결과, 고교 한국사인 지학사를 제외한 13종의 교과서에서 한국인 원폭피해를 기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지학사 교과서에 실린 ‘일본에 강제 동원된 많은 한국인도 원자 폭탄으로 피폭 피해를 보았다’라는 내용이 담긴 페이지 모습. 이광희기자.한국교과서연구재단 자료 협조
4일 경기일보가 정부의 교육과정 개정으로 지난해부터 새로 바뀐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14종을 분석한 결과, 고교 한국사인 지학사를 제외한 13종의 교과서에서 한국인 원폭피해를 기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지학사 교과서에 실린 ‘일본에 강제 동원된 많은 한국인도 원자 폭탄으로 피폭 피해를 보았다’라는 내용이 담긴 페이지 모습. 이광희기자.한국교과서연구재단 자료 협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국내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 14종 중 한국인 원폭피해를 기술한 교과서는 단 1종도 없고, 고교 한국사인 지학사에서 원자폭탄 폭발 사진에 한국인도 원폭 피해를 보았다고 1줄 설명해 놓은 것이 전부다. 청소년들이 공교육을 통해 원폭 피해 내용을 학습할 방법은 전무하다는 지적이다.

15일 경기일보가 국내 중학교 역사 교과서 7종과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8종을 분석한 결과, 한국인 원폭피해를 상세히 기술한 교과서는 없었다.

지학사에서 발행한 고교 교과서에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 폭탄’이라는 사진의 설명으로 ‘일본에 강제 동원된 많은 한국인도 원자 폭탄으로 피폭 피해를 보았다’고 37자 기술된 것이 전부다.

지학사 외 7종의 고교 교과서는 ‘일제는 국민 징용령을 시행해 대규모 노동력을 동원’(천재교육), ‘일본군 위안부는 과거 일제가 침략 전쟁을 벌이며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미래엔) 등 강제징용 및 일본군 성노예제와 관련된 일제침탈사 내용만 서술했을 뿐 한국인 원폭피해자가 10만명(사망 5만명, 생존 5만명)에 달한다는 피해현황에 대한 내용은 없다.

고교 역사 교과서의 경우 지난해 정부의 교육과정 개정으로 인해 전근대사 27%, 근현대사 73%의 비율로 구성, 근현대사가 이전 교육과정(50%)보다 강화됐음에도 한국인 원폭피해는 외면 한 것이다.

지학사 한국사 교과서에 실린 ‘일본에 강제 동원된 많은 한국인도 원자 폭탄으로 피폭 피해를 보았다’라는 내용이 담긴 페이지를 확대한 모습. 이광희기자.한국교과서연구재단 자료 협조
지학사 한국사 교과서에 실린 ‘일본에 강제 동원된 많은 한국인도 원자 폭탄으로 피폭 피해를 보았다’라는 내용이 담긴 페이지를 확대한 모습. 이광희기자.한국교과서연구재단 자료 협조

지난해 교육과정 개정 이후 근현대사 비중이 20%로 줄어든 중학교 역사 교과서 6종은 ‘일본이 연합국에 항복해 광복을 맞이했다’는 큰 틀의 해방과정만 있을 뿐, 원폭이 투하됐다는 내용 자체가 기술되지 않았다.

도내 A 고교 역사 담당 한 교사는 “교사 재량으로 한국인 원폭 피해를 설명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핵폭탄 피해국’이라는 사실조차 아이들이 모를 수 밖에 없다”면서 “30년 넘게 학생들을 가르쳤지만 해당 내용이 수능에 출제된 것을 본 적이 없다. 우리 역사 교육이 한국인 원폭피해자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김지영 안중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군부독재 시절을 지나 민주정부가 들어섰음에도 여전히 교과서에 원폭피해자 내용을 적시하지 못하는 건 국가의 총체적 방기”라면서 “미래세대가 억울하게 원폭피해를 입은 선대를 기억할 수 있도록 올바른 역사 교육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중ㆍ고교 역사 교과서는 집필기준에 맞춰 출판사별로 학계와 전문가 자문에 따라 세부 내용을 구성한다”면서 “내부 회의를 통해 한국인 원폭피해자 내용 제외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차후 교과서 개정 시 수정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경기ON팀 = 이호준ㆍ송우일ㆍ최현호ㆍ김승수ㆍ이광희ㆍ손원태ㆍ윤원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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