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현대판 장발장

지난해 3월 40대 남성이 계란 18개를 훔친 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됐다. 체포될 당시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무료급식소가 문을 닫는 바람에 열흘 동안 굶고 물만 마셨다고 한다. ‘현대판 장발장’인 셈이다.

장발장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의 주인공 이름이다. 소설 속의 장발장은 배고픔을 면하려고 빵을 훔쳐 19년간 수감된다. 빅토르 위고는 <레미제라블>을 통해 19세기 프랑스의 정치적 혼란기에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는 민중들의 삶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레미제라블’은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부랑자, 가난한 노동자, 매춘부 등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회의 밑바닥으로 떨어진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빅토르 위고는 다음과 같은 서문을 통해 <레미제라블>의 집필 목적을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다.

「이 시대의 세 가지 문제, 무산계급으로 인한 남성의 추락, 기아에 의한 여성의 타락, 무지 때문에 아이들이 비뚤어지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또 어떤 지역에서 사회의 질식 상태가 생길 가능성이 있는 한, 다시 말해 좀 더 넓게 보아 이 지상에 무지와 비참이 있는 한, 이러한 책들이 쓸모없지는 않을 것이다.」

빅토르 위고는 가난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며, 국가와 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로 봤다.

<레미제라블>이 세상에 나온 지 1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국사회에는 생계형 범죄로 수감되는 수많은 ‘현대판 장발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경제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생계형 범죄가 늘어나는 중이라고 한다. 국가와 지방정부의 기존 복지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이런 때에 경기도는 ‘현대판 장발장’을 예방하고자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를 운영 중이다. 도내 푸드마켓, 복지관, 노숙인 시설 등에 설치된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에는 먹거리 등을 구비해 긴급하게 먹거리가 필요한 도민들이 이용할 수 있다.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1일 현장방문 후 5가지 먹거리 및 물품으로 한정된 품목들을 더욱 늘리고, 장소도 도민들이 접근하기 쉬운 주민센터 등으로 확대해 ‘경기 기본생필품 그냥 드림 코너’로 확대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경기 먹거리 그냥드림 코너’가 더욱 확대되고, 활성화돼 경기도에서만큼은 ‘현대판 장발장’들이 발생하지 않길 기대해 본다.

박근철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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