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박 한 달째 이재민 생활을 하고 있는데, 대피소에서도 나가라니요. 이제 어디로 가야하죠?”
지난달 10일 발생한 남양주 주상복합아파트 화재로 D등급 판정을 받으며 ‘입주불가’를 통보받은 입주자 유용성(60)씨는 화재 발생 한 달이 지난 8일 현재까지도 참혹했던 화재의 악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유씨가 짐을 풀었던 학교가 이날부터 임시대피소 지정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남양주시는 이날 화재발생 이후 한 달간 임시대피소로 사용돼 온 인근 초ㆍ중학교 두 곳의 임시거처 지정을 취소했다. 그동안 학생들의 체육관 사용 문제 등 ‘학교를 정상화 시켜달라’는 학교와 학부모 측의 요구에 따른 조치다.
유씨는 “저희 때문에 정상적인 활동이 어려운 학교와 학부모들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한다”라며 “(남양주시에) 아파트 앞 인도에 텐트를 설치해달라고 요청했다. 안된다면 입주자들이 자발적으로 설치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유씨와 같이 입주불가 통보를 받은 세대는 총 30세대로 입주자들은 1가구 4인 기준삼아 최대 120여명이 ‘갈데가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ABC 등급을 받으며 입주청소를 받았지만, 유독가스, 복구되지 않은 공영구간 등 문제로 상당수 입주자들이 실질적인 입주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실제 이날 각 아파트 동 사이의 놀이터와 통로 구간에는 입주자들이 화재로 사용할 수 없게 돼 내버린 쓰레기로 가득차 있었고, 불길의 영향이 가장 낮았던 901동 조차 아파트 내부에는 화재로 인한 잿더미와 매캐한 분진냄새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남양주시는 이날 오전 인근 중학교와 초등학교에서 생활하는 이재민들을 상대로 공문을 통해 퇴거를 요청하면서 인근에 마련한 부영아파트 경로당에 거처를 옮기도록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입주자들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남양주시와 관리업체로 인해 생존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입주자 박진수(46)씨는 “남양주시가 입주불가 D등급 판정을 받은 30세대에 한해 노인정을 배정하고 있다. 하지만 입주가 가능하다는 B,C 등급 세대에서도 아직 청소를 받지못해 들어가지 못하는 입주자들이 대부분이다. 청소를 했어도 유독가스 때문에 거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길가리에 나앉은 동료입주자들을 두고 어떻게 경로당에 들어가느냐.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행정”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남양주시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요구가 빗발치는 데다 임시 대피시설을 무작정 장기화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지정을 취소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대피소 운영을 축소하는 개념”이라면서 “입주자들이 텐트 설치를 요청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집단 감염 우려도 있고, 관리당국으로서 응급구호 역할도 해야한다. 사회재난의 경우 원인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문제도 있어 무작정 지원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남양주=하지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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