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7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고 나서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민심이 싸늘하다.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이 엉망이어서다. 국비 지원 해외 출장에 가족 동반, 논문 표절, 위장전입, 세금 체납, 미국 국적 자식에 국내 의료비 혜택, 도자기 1천250점 밀반입과 불법 판매, 관사 거주 재테크로 특별분양 아파트 매매해서 수억원 차익 실현, 아들의 실업급여 불법 수령 등 지탄받아 마땅한 일들을 장관 후보자들과 가족이 저질렀다.
여론조사기관 에스티아이 조사(10~11일 18세 이상 남녀 1천명 조사)에 따르면 문제의 세 사람(과기정통부 임혜숙, 국토교통부 노형욱, 13일 사퇴한 해수부 박준영) 임명 반대가 57.5%나 됐다. 찬성은 30.5%에 불과했다. 여당에 우호적이었던 정의당조차 소위 ‘데스 노트(임명 불가)’에 둘의 이름(임혜숙, 박준영)을 올렸다. 흠결이 큰데다 민심까지 나쁘니 어찌 편을 들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대통령은 민심을 거역하려 했다. 세 명의 인사청문보고서를 14일까지 자신에게 재송부하라고 국회에 요구하며 임명 강행을 시도했다가 여당 초선 등이 공개 반발하자 박준영을 정리하며 찔끔 물러섰다. 문 대통령은 10일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검증실패라 생각하진 않는다”고 했다. 인사청문회가 무안주기식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 부도덕한 이들을 내놓고서 야당 탓, 제도 탓을 한 것이다.
대통령이 훌륭한 장관감을 내놓는다면 야당이 무슨 수로 시비를 걸겠는가.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야당이 적임자라며 바로 찬성한 게 불과 며칠 전이지 않은가.
지도자의 처신 가운데 가장 꼴불견은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잘못을 했다면 깨끗이 인정하고 시정을 하면 된다. 그게 책임윤리다. 그걸 지킨다면 야당도 트집 잡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야당 대표 시절 박근혜 정부의 인사가 잘못됐다며 “청와대는 실패에 왜 책임을 안 지는 것이냐. 국민 여론이 옳으니 수용하라”고 했다. 대통령이 이 말을 당장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한 명만 사퇴시켜 꼬리 자르기를 할 게 아니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나머지 둘도 정리하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언행일치와 책임윤리 실천이 문 대통령에겐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가.
이상일 단국대 석좌교수·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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