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윤여정과 김여정
[아침을 열면서] 윤여정과 김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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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상을 탔다고 윤여정이 김여정 되는 건 아니잖아요.” 한국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아카데미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74)의 말이다. 그녀의 말처럼 윤여정이 김여정이 되는 건 아니지만 지금 남북한은 윤여정과 김여정으로 인해 기쁘면서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윤여정은 오스카상에 빛나는 연기뿐만 아니라 재치 넘치는 언변으로 세계를 사로잡았다. 윤여정의 화법은 ‘돌직구’를 던지는 것처럼 솔직하다 못해 직설적이다. 품위를 지키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그의 화법에 젊은 층이 더 환호한다. 예능과 인터뷰에서는 삶의 경험을 녹여낸 담백한 이야기로 공감을 산다. 어느새 윤여정에게 스며들다는 ‘윤며들다’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한편 윤여정보다 무려 40살이나 어린 김여정은 막말을 하는 독설공주 화법으로 불안을 부추긴다. 목숨을 걸고 자유를 찾아온 탈북민을 향해 ‘쓰레기’, ‘들짐승보다 못한 인간추물’, ‘똥개’ 등 욕설 수준의 언어를 사용한다. 우리 정부와 청와대를 향해서도 ‘삶은 소대가리’, ‘미국산 앵무새’, ‘뻔뻔스러움의 극치’라고 함부로 지껄인다.

김여정은 독설로 엄포만 놓는 것이 아니라 도발적인 행동까지 주도한다. 작년 6월 김여정은 탈북민단체가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것에 대해 “그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 엄포를 놨다. 그러자 정부는 4시간 만에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할 법을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 여당은 지난해 12월 야당의 반대 속에 대북전단금지법을 강행 처리했다. 그럼에도 작년 6월 김여정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주도했다. 이달 2일 김여정은 대북전단금지법 발효 이후 처음으로 탈북민 단체가 강행한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하면서 “상응한 행동을 검토해볼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자 경찰은 이달 6일 대북전단 살포를 강행한 자유운동연합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박상학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김여정의 막말 폭탄에 정부와 여당은 굴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북한은 도리어 철저하게 무시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2일 김정은의 정상외교 활동을 정리한 화보를 내면서 트럼프와 시진핑과의 회담 사진은 실었으나 정작 ‘남북정상회담’ 사진만 빼놓았다. 심지어 작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깜짝 회동 화보에는 곁에 있는 문 대통령만 제외하는 통편집을 했다. ‘하노이 노딜’ 이후 벌써 세 번째다.

아카시아향이 그윽한 5월의 중순 아침, 돌직구 화법의 윤여정에게는 윤며들지만, 독설을 퍼붓는 김여정에게는 김빠지기만 하다. 그러나 더 답답하고 화나는 것은 그런 김여정에게 숱한 막말 폭탄과 무시를 받으면서도 매번 굴종의 모습을 보이는 정부의 태도다.

김기호 둘하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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