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유구한 역사적 배경 지닌 ‘안산’
반월공단, 국가기관 주체 첫 개발사업...1986년 市 승격, 인구 급속 성장 견인
인구 74만의 안산시가 서해안 중심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공업단지 배후도시로 출발한 안산은 산업단지와 해양관광, 천혜의 자연환경이 조화를 이루며 ‘살맛나는 생생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안산시가 시로 승격한 시간은 40년이 채 안 된다. 하지만 문헌에 등장한 ‘안산’은 1천년이 넘는 역사적 배경을 갖고 있다.
유구한 역사를 품은 안산. 앞으로 5년은 50년ㆍ100년 안산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시기다. 당장 코로나19 사태 극복과 침체된 지역경제 활성화 등 현안이 가득하지만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발전해 나가는 안산의 모습은 걱정보단 기대감이 더 크다.
긴 역사를 자랑하는 안산의 시작과 발전과정, 그리고 미래 안산시의 모습을 짚어본다.
■ 공업단지 배후도시로 시작된 안산
1986년 1월1일은 안산시가 ‘안산’이란 명칭을 되찾은 날이다. 역사에 안산이 등장한 확실한 시기는 알 수 없다. 다만 ‘고려사’의 ‘지리지(地理志)’에 현 안산 일대를 고려 초에 ‘안산군’이라는 명칭을 썼고, 현종 9년(1018년)에 ‘수주(水州·지금의 수원)’에 내속됐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 초가 940년(태조 23년)인 것을 감안하면 안산이란 이름을 써 온 시기는 1천년이 넘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선 건국 후에도 안산군 명칭은 계속 쓰였다. 일제강점기였던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으로 안산군은 시흥ㆍ수원군 등으로 나뉘고 한동안 ‘안산’이라는 명칭은 사라진다. 이후 1970년대 지금의 안산 일대에서 반월신공업도시 조성이 본격화되며 안산 부활의 서막이 올랐다. 1976년 박정희 정부는 ‘반월신공업도시 건설계획안’을 발표했다. 당시는 박 정부가 1962년부터 시작한 경제개발 5개년 3차 계획이 종료되는 시점이다.
1~2차 계획 동안 공업화 전략을 추진한 뒤 1972년부터 4년 동안 진행된 제3차 계획부터는 균형적인 지역개발이 강조됐다. 이에 따라서 서울-부천-인천 사이에 형성된 이른바 ‘경인공업단지’라는 공업벨트가 남쪽으로 확산되면서 지금의 안산 일대까지 영향을 끼쳤다.
반월신공업도시 건설계획안은 당시 화성군 반월면을 중심으로 시흥군 수암ㆍ군자면을 배후지역으로 조성, 인구 30만 명을 수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1976년 ‘반월도시개발지원사업소 조례’가 공포됐고 1979년 반월도시개발지원사업소가 경기도 반월지구출장소로 승격돼 급물살을 탔다.
반월공단은 1977년부터 추진돼 1987년 완공됐다. 반월공단은 ▲서울의 공업 분산 및 수용 ▲서울의 인구분산 및 주택문제 해결 ▲독립된 자족 완결적 도시 지향 ▲서해안 개발의 거점 확보 및 신도시 건설의 선도적 역할 등이 기본적인 개발지침이었다.
이는 당시 지자체가 아닌 국가기관이 추진하는 최초의 개발사업으로, 국가가 개발 주체로 나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같은 획기적인 개발 방식은 산업기지개발공사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정부 7개 부처가 협조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완공된 반월공단은 국내 유일의 산업공원형 공업단지 ▲공장과 주거지역의 공해 차단 녹지대 및 자연녹지의 높은 비중(34%) ▲공장과 종업원의 주거지 분리 ▲100명 이하 규모의 중소기업 전문단지 ▲유사한 업종의 소규모 업체의 집단 밀집화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반월공단의 성공적인 마무리는 1986년 안산시 승격으로 이어졌고 1978년 2만 명이 채 안 되던 인구는 시 승격 전후 13만 명으로 급속 성장했다. 1986년 당시 반월공단의 입주 기업은 1천 개가 넘었고 가동공장도 666개에 달했다.
■ 국내 제조업 이끌던 반월공단…4차 산업혁명의 거점으로 거듭나
지금은 안산 스마트허브로 불리는 반월공단은 조성 이후 30년 넘게 국내 제조산업을 견인한 국내 대표 제조업 단지다.
산업구조가 바뀌고 과거에 비해 공장 가동 및 근로자 규모 등에서 위축됐지만 안산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선제적인 대응에 나섰다.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 4차 산업혁명의 거점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체적인 밑그림도 그렸다.
2019년 6월 정부는 제조업 부흥을 위해 세계 4대 제조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및 전략’을 안산에서 열었다. 현장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 “제조업 부흥이 곧 경제 부흥”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최대 제조업 단지의 중심인 안산에서 행사가 열린 것은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수 년째 이어진 경기침체로 안산스마트허브의 가동률이 60%대에 머무는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전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화섭 시장은 민선7기 2주년을 맞은 지난해 7월 ‘포스트 코로나’ 대비와 함께 “대한민국 변화의 선두주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선두주자의 중심은 안산스마트허브와 안산사이언스밸리(ASV)다.
이런 배경에는 민선7기 들어 청년 친화형ㆍ스마트 선도 산업단지 프로젝트 등 대형 국가사업이 안산스마트허브에서 진행되며 ASV에서는 강소연구개발특구ㆍ캠퍼스 혁신파크 등이 추진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대부도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신재생에너지 산업특구 사업과 수소시범도시 사업도 본격적으로 진행되며 ‘안산형 그린뉴딜’ 사업도 이뤄지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기존에도 기술·인력·교육·문화 공급기지로 활발한 연구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ASV는 한양대 ERICA캠퍼스와 경기TP를 비롯, 한국생산기술 및 한국전기연구원 등 다양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4천여 명에 이르는 석ㆍ박사 연구 인력과 9천 여종 이상의 연구 장비라는 확실한 지적 인프라도 구축돼 있다.
특히 ㈜카카오가 4천억 원 규모를 투입해 하이퍼스케일 규모의 데이터센터 및 산학협력시설을 추진, 미래를 더욱 밝게 하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 중심의 안산 스마트허브는 앞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데이터 기반 정보통신기술(ICT)이 적용돼 생산성 극대화와 함께 청년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여기에 강소연구개발특구로 지정된 ASV와 사동90블록 등을 연계한 스마트 제조혁신도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우선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신소재를 특화분야로 혁신생태계가 조성된다. 협동 로보틱스 부품과 고감도 IoT센서, 지능형 임베디드 모듈 등 ICT융복합 기술을 연구개발하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기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특히 연구개발 성과가 사업화로 이어지는 역할을 하며, 안산스마트허브 입주기업의 기술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윤화섭 시장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산업구조의 변경은 더욱 요구되고 있다”며 “안산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지금 현 순간은 아주 중요한 시기로 안산스마트허브를 중심으로 한 미래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안산=구재원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