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제노비스 신드롬과 경기의 숲

1964년 3월 어느 새벽 뉴욕주 퀸스에서 제노비스라는 젊은 여성이 무참하게 살해됐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시민 38명이 창문에 서서 30분 동안 살해 현장을 지켜보기만 했다고 보도했다.

수많은 사람이 분노했고, 이 사건은 심리학 연구대상이 돼 제노비스 신드롬이라는 유명한 심리학 용어를 탄생시켰다. 제노비스 신드롬은 ‘방관자 효과’라고도 불린다. 군중 틈 속에서 타인의 시선 때문에 어려움에 부딪친 사람을 돕지 않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제노비스 신드롬은 수십 년 동안 유명 강사들의 단골 강연 주제였고 타인의 불행에 무감각한 현대인들의 특성을 설명하는 좋은 사례였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 제노비스의 남동생이 사건을 파헤쳤다. 결과는 놀라웠다. 이웃들은 경찰에 전화했고, 소피아라는 여성은 제노비스를 도우러 뛰어 내려와 그녀가 숨질 때까지 안고 있었다. 제노비스 사건은 선정적인 언론의 오보였던 것이다.

사람의 본성을 놓고 많은 이야기가 오간다. 이기심과 경쟁의식이 인간의 본성이고, 이를 극대화 시키는 것이 사회가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수많은 신문과 방송, 대중문화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통해 인간의 잔혹함과 이기심을 조명한다.

그러나 가만히 주변을 돌아보면 나쁜 사람보다 착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난해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면서 우리 사회는 심각한 위기를 맞았다. 심리학 교과서대로라면 위기 앞에서 우리 사회는 아수라장이 돼야 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이 위기 앞에서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연대했다. 사회는 이기심과 경쟁의식이 아니라 연대와 협력을 원동력 삼아 발전하고, 더 좋은 사회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연대와 협력은 지방정부 사이에서도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2일 강원도 고성에서는 ‘경기의 숲 조성 관련 업무 협약식’이 열렸다. 대형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고성군 토성면 지역에 경기도가 나무를 식재해 피해 복구에 힘을 보태기로 한 것이다. 경기도가 지역의 경계를 넘어 강원도민의 아픔을 공유하고 극복하기 위해 연대하고 손을 내밀었다.

협력과 연대는 지방정부가 상생하고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지방정부들도 지역의 울타리에만 머물지 말고 연대와 협력의 범위를 넓혀가야 한다. ‘경기의 숲’이 지방정부의 상생발전을 위한 좋은 사례가 되길 바란다.

박근철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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