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 화전리 주민들, “요양병원 오·폐수로 식수 오염·물고기 폐사”

“악취 진동·몸에 두드러기도”…피해 호소

의료재단이 운영 중인 요양병원 모습

22일 오후 4시30분께 양평군 용문면 화전2리에서 만난 주민 김모씨는 “지하수에서 악취가 나 생수를 사다 식수로 사용할 지경”이라며 하소연부터 했다.  

10여가구가 거주하는 마을을 가로 지르는 너비 3~5m 개울 하류 부분에는 물고기 2~3마리가 죽은 채 물 위에 떠있었다.

물고기들이 죽은 곳에서 700여m 떨어진 상류에서도 죽은 물고기들이 발견됐다. 400m가량 위쪽에선 거품도 고여 있었다. 손으로 물을 떠 냄새를 맡자 역한 냄새가 풍겨왔다.

화전2리 마을을 가로지르는 개울에 검은 이끼가 끼어있다. (2)
화전2리 마을을 가로지르는 개울에 검은 이끼가 끼어있다.

양평군 용문면 화전2리 주민들이 다현의료재단이 인근 칠읍산 자락에 운영 중인 생생누리요양병원에서 수년째 방출되는 오폐수로 식수가 오염됐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나섰다.

또 병원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고통받고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엉덩이와 팔 등에 두드러기가 발생하는 알레르기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 절반 가량이 가려움증을 앓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군에 민원을 제출하기 위해 서명을 받고 있다.

화전2리 마을을 가로지르는 개울에 검은 이끼가 끼어있다.
화전2리 마을을 가로지르는 개울에 검은 이끼가 끼어있다.

주민들은 앞서 지난 2019년 병원이 병실을 증축한 후 지하수 오염과 악취 발생이 본격화됐다며 처리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오폐수를 방류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병원 건물이 양평에서 용문산 다음으로 높은 산인 칠읍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데다 주변에는 공장이나 축사 등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시설이 전무하다는 이유에서다.

주민 임모씨(70)는 “980만원을 들여 지하수 공사를 했는데 2019년부터 물에서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병원이 배출한 폐·오수가 원인”이라며 “오염된 지하수를 사용하다보니 연고를 발라야 할 정도로 몸이 간지럽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200m·800m의 거리에 각각 살고 있는 주민 윤모씨(62)와 김모씨(71) 등도 “언젠가부터 돌에 까만 이끼가 끼기 시작하더니 계곡 물에서 거품이 일고 있었다”며 “병원 측이 제대로 된 정화시설 없이 오염된 물을 흘려보내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화전2리 마을을 가로지르는 개울에 죽은 물고기가 떠 있는 모습이다.
화전2리 마을을 가로지르는 개울에 죽은 물고기가 떠 있는 모습이다.

주민들은 지금 받고 있는 서명 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조만간 군에 민원을 제기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병원 관계자는 “업체에 위탁해 매달 수질검사를 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 실시한 수질검사 결과가 조만간 나올 예정인데 수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오면 시설보수 등 개선작업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병원 인근 120m 지점에 축사가 있다. 병원 아래쪽에 축사쪽 개울과 병원쪽 개울이 합류하는 지점이 있는데 축사가 원인인지 병원이 원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조사를 통해 원인을 명확히 밝혔으면 좋겠다”며 “병원이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을 지겠다. 주민과 소통하려 했지만 일부 주민의 주장이 워낙 강해 접점을 찾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화전2리 주민들이 모여 지하수 오염에 대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화전2리 주민들이 모여 지하수 오염에 대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양평=황선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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