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과로, 폭염, 습기…택배기사 숨통 조이는 ‘삼중고’
[현장, 그곳&] 과로, 폭염, 습기…택배기사 숨통 조이는 ‘삼중고’
  • 장희준 기자 junh@kyeonggi.com
  • 입력   2021. 08. 03   오후 6 :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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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이어진 3일 오후 광주시 한 택배영업소에서 한 택배기사가 냉수를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조주현기자
폭염이 이어진 3일 오후 광주시 한 택배영업소에서 한 택배기사가 냉수를 마시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조주현기자

3일 광주시 중대동의 한진택배 광주영업소. 굉음을 내는 레일 위로 여지없이 상자들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시곗바늘이 오전 9시 정각을 가리킬 즈음 택배기사 이택용씨(60ㆍ가명)의 몸은 이미 땀으로 흠뻑 젖은 상태였다.

레일 양편에 달린 선풍기는 있으나 마나였다. 3~4m 높이 천장에 멀찍이 달린 탓에 정신없이 상자를 나르는 기사들의 곁엔 바람이 닿지 않았고, 사방이 뚫려 있는 작업장에는 외부의 덥고 습한 공기만 가득했다.

최근 며칠간 비 소식이 이어지며 폭염의 기세가 주춤하는 듯했지만, 되레 습도를 높여 택배기사들을 더욱 괴롭게 만들고 있다. 이날 광주지역 낮 최고기온은 30도, 습도는 80%를 웃돌았다. 상자들이 높게 쌓일수록 기사들의 숨은 거칠어졌고, 쏟아지는 땀방울은 시야를 방해했다.

땀을 닦아낼 겨를도 없이 분류를 마친 이씨에게 배정된 택배는 260여개. ‘중노동’은 계속됐다. 다시 물건들을 하나하나 탑차 안으로 날라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의 차량은 짐칸의 높이가 127㎝에 불과한 저상차량. 바람 한 점 들지 않는 비좁은 짐칸에서 허리를 90도로 숙인 채 무거운 짐을 나르던 그는 곧 주저앉아 어지럼증을 호소했다.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움직이던 그는 그제서야 꽝꽝 얼린 생수병을 몸 곳곳에 문지르며 열기를 식혔다.

연일 폭염주의보가 발효됐던 최근 열흘간 경기도에서 2명, 총 4명의 택배기사가 쓰러졌다. 찜통더위를 뚫고 배송에 나섰다가 실신한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의 위험도가 높아지자, 각 사업장에 ‘물ㆍ그늘ㆍ휴식’의 3대 수칙을 철저히 지키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사측이 여전히 ‘사용자성’을 부정하고 있는 탓에 택배 현장에선 이 같은 수칙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는 “수많은 택배노동자는 얼린 생수병 하나로 생명을 위협하는 폭염을 버티고 있다”며 “더는 쓰러지는 기사들이 없도록 택배업계는 하루라도 빨리 폭염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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