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그곳&] 폐지 값 올랐지만, 리어카엔 종이 대신 한숨 쌓인다
[현장, 그곳&] 폐지 값 올랐지만, 리어카엔 종이 대신 한숨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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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수원시내 한 고물상에서 관계자가 파지를 정리하고 있다. 김시범기자
15일 수원시내 한 고물상에서 관계자가 파지를 정리하고 있다. 김시범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반 토막이 났던 폐지 값이 다시 반등했지만, 추석 명절을 앞둔 노인들의 리어카는 종이 대신 한숨으로 채워지고 있다.

값이 배로 뛴 폐지를 트럭에 무더기로 실어나르는 이른바 ‘수거꾼’이 등장하며 생계형 노인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오전 9시께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의 한 고물상. 폐지를 한가득 채운 1t 포터 트럭이 나타나자, 힘겹게 리어카를 끌고 온 김영자 할머니(83ㆍ가명)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곧 30대 남성이 내려 고물상 주인과 흥정을 시작했고, 거대한 집게가 짐칸의 종이를 끌어내렸다. 김 할머니는 “하루 온종일 거리를 오가면서 리어카를 채워도 5천원 받기가 어렵다”며 “저렇게 트럭에 마구잡이로 쓸어 담아오면 손쉽게 5~6만원을 챙겨 간다”고 푸념했다.

낮 12시께 군포시 당정동 일대도 마찬가지. 1호선 군포역을 기점으로 반경 2㎞ 내에 고물상 17곳이 밀집해 있는 이곳에선 폐지를 실은 트럭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리어카를 끄는 노인들은 야외 활동이 어렵지만, 트럭을 모는 수거꾼은 더위에도 끄덕없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도 리어카를 몰고 나선 두 할아버지는 폐지를 놓고 실랑이를 벌였다. 누군가 명절을 맞아 마음을 주고받은 과일박스가 이들에겐 무겁고 두꺼워 값을 많이 쳐주는 경쟁거리일 뿐이었다.
 

코로나19 이전으로 폐지 값 회복 중이지만,

명절 선물 주고받은 과일박스 놓고 다툼

폐지 가격은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수출 상황에 따라 쉽게 오르내린다. 한때 ㎏당 150원까지 나가던 수도권 폐신문지 값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며 70원까지 급락했다. 올해 들어 6월 131원ㆍ7월 138원ㆍ8월 144원으로 평년 수준을 회복했고, 폐골판지 값도 올해 1월 ㎏당 88원에서 지난 8월 기준 142원으로 올라섰다.

앞서 폐지 재고 과잉으로 값이 떨어지자 환경부는 공급 축소를 위해 폐지도 폐기물 수출입신고 대상에 포함시켰고, 이후 가격이 높은 일부 수입폐지만 들어오며 국산폐지의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동남아권 폐지 수출이 늘어나며 다시 가격이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수거꾼의 등장 탓에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생계는 위협받고 있다. 지난해 경기복지재단이 도내 폐지 수집 노인 18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생활비 지출은 주부식비ㆍ약값ㆍ병원비ㆍ월세 등이 최우선으로 나타났다. 폐지 수집이 곧 생계와 직결된다는 뜻이다.

경기도 재가노인복지협회 신재숙 이사는 “폐지 줍는 어르신들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고된 일상을 보내고 있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취약계층 노인들의 자존감을 높이면서도 안전한 일자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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