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금메달’과 씁쓸한 현실
‘기적의 금메달’과 씁쓸한 현실
  • 황선학 체육부장 2hwangpo@ekgib.com
  • 입력   2010. 03. 04   오후 7 : 55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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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지난 17일동안 태극전사들이 전해오는 ‘승리를 넘어선 감동’에 대한민국 국민임이 자랑스러웠고, 큰 행복감을 느꼈다. 우리 나라는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6, 은메달 6, 동메달 2개를 획득해 아시아 국가 중 최고인 종합 5위에 오르는 역대 최고의 성적으로 한국 체육사의 새 장을 열었다. 특히 지금까지 단 한번도 금메달을 수확하지 못했던 스피드스케이팅과 피겨스케이팅에서 우승을 차지해 일약 ‘빙상강국’으로 도약한 것은 큰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바에 따르며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이 보여준 선전은 직·간접 효과를 합산해 20조2천억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김연아,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이정수 등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몸 하나로 국가브랜드 가치를 엄청나게 올려놓은 것이다. 이번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통해 대부분 국민들은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로 인해 ‘겨울축제’의 기쁨을 만끽했고, 상당수가 동계스포츠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됐을 것이다.

하지만 당당히 세계 5위라는 최고 성적을 거둔 우리 나라의 동계스포츠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 없다. 밴쿠버에서 모태범, 이상화가 사상 최초로 남녀 500m를 동시 석권하고, 이승훈이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장거리 종목인 1만m와 5천m에서 각각 금·은메달을 따낸 스피드스케이팅의 성과는 열악한 환경에서 이뤄낸 ‘기적의 금메달’이다.

국내에 스피드스케이팅 전용 실내빙상장이 태릉국제스케이트장 단 한 곳에 불과하지만 우리보다 앞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일본은 400m 실내빙상장이 20개, 중국 10개,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인 네덜란드와 캐나다, 미국은 모두 10개 이상의 경기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에 단 한 곳 뿐인 태릉스케이트장도 난방비 부담을 이유로 적정 온도인 영상 15℃보다 낮은 3℃에 불과해 근육수축으로 인해 선수들이 제대로 기량을 펼치지 못하면서 항상 부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고, 이용시간도 일반 내장객들 때문에 선수들은 새벽 6시~8시, 오후 7시~9시에 이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부족한 시설 때문에 서울지역 이외의 선수들은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자연 결빙된 하천이나 논두렁에서 훈련을 쌓은 뒤 국가대표로 국제무대에서 활약해 해외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훈련 여건이 열악한 것은 스피드스케이팅 뿐만이 아니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쇼트프로그램, 프리스케이팅, 합계점수에서 모두 세계 최고기록을 경신하며 금메달을 획득한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과 전통 ‘메달밭’인 쇼트트랙도 훈련 여건이 안좋기는 마찬가지다.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은 태릉 쇼트빙상장에서 훈련을 할 수 있지만 다른 선수들은 국내에 20여곳의 실내 쇼트빙상장(경기도 7개 포함)이 있음에도 불구, 일반인들의 이용시간을 피해 새벽과 저녁시간에만 훈련해야 하고, 피겨는 이 마저도 더욱 힘든 상황이다.

빙상 종목외에도 이번 대회에서 기대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가능성을 보였던 봅슬레이와 모굴스키, 스키점프, 스노보드를 비롯, 스키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컬링 등 대부분의 동계종목 선수들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신화’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논두렁 신화’와 ‘기적’ 만을 바랄 것인가? 4년 뒤에는 불과 3년전 평창과 유치경쟁을 벌였던 러시아 소치에서 동계올림픽이 다시 열린다. 20대 초반인 밴쿠버의 영웅들은 다시 스케이트 끈을 조여매고 새로운 출발로 4년 뒤를 기약할 것이다. 이 들에게 또다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 ‘기적’을 바라는 것은 기만이다.

태극전사들을 통해 밴쿠버의 ‘겨울축제’를 마음껏 즐긴 댓가를 지불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정치권, 재계 등이 나서 이들이 다시 감동드라마를 연출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황선학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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