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바보로 보이는가?
시민이 바보로 보이는가?
  • 최종식 정치부장 choi@ekgib.com
  • 입력   2010. 05. 06   오후 8 : 00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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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바보가 된 것 같다. 그리고 그들도 나를 바보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몹시 기분이 불쾌하다.

지능이 부족해 정상적으로 판단하지 못하는 바보. 공천과정을 보면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모두 시민을 바보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접수에서부터 마감까지 1개월 내내 심기가 불편했다. 차라리 지켜보지 않았더라면 나를 바보로 만든 것도 몰랐을텐데…. 고깃덩어리 하나를 놓고 서로 물어뜯는 굶주린 하이에나들, 시정잡배들의 수다스러움 그 자체였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가 비민주적인 공천으로 꽃이 피기도 전에 시들어 버렸다.

우선 시민들의 선택의 폭이 줄어들었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의원)선거는 정당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정도로 소속 정당이 중요하다. 따라서 정당 공천을 받는 것 자체가 본선 경쟁력에 매우 유리하다. 선거에 나서려는 사람들은 공천을 받는 것에 목을 맬 수밖에 없고 지역별로 지지도가 높은 정당의 공천은 그 만큼 인기가 좋다. 따라서 공천권을 가진 당 권력자의 사람들로 후보가 한정될 수 밖에 없고 시민들은 그들 속에서만 선택을 강요 당하고 있다.

둘째, 당 권력자의 하수인을 찾는 과정이었다. 이기수 여주군수 사건은 대표적인 사례다. 근본적으로 돈으로 공천을 사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잘못이지만 결과적으로 그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은 공천을 좌지우지하는 세력이 바로 지역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지역)이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이 군수가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회의원이 자신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에서 빚어진 일이다. 동두천과 양주에서 공천에 반발, 3천명이 탈당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셋째, 한사람의 감정이 중요했다. 공심위가 열리기 전부터 ‘00국회의원이 00시장을 싫어해 공천이 어려울 것이다’, ‘누구는 00를 좋아해 공천이 유력하다’는 말들이 나왔고 상당수는 루머처럼 공천이 결정났다. 재선에 도전하든 삼선에 도전하든 그의 행정능력은 애초부터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국회의원인데 대우를 하지 않았다’, ‘지역행사에 초청하지 않았다’ 등의 파열음이 공천에 그대로 드러났다.

넷째, 자질이 의심스럽다. 여당은 물론 야당도 경선과정에서 특정 중앙정치인과의 친분을 중심으로 경선 방법을 두고 끊임없이 마찰을 빚으며 후보자의 자질을 의심케하는 일들이 빚어지면서 야당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또 특정지역을 기반으로 공천을 받으려는 사람들의 의도된 홍보는 역사를 거꾸로 가는 모습 그 자체였다. 더욱이 여당을 탈당한 인물을 받아들이고 비도덕적 경력이 있는 인물을 공천하는 것은 당선을 떠나 시민들을 무서워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냈다.

다섯째, 거짓말을 하고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공천과정에서 경기지역에 최소 2곳의 자치단체장은 여성으로 공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것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나마 한곳으로 줄여 용인을 대상으로 해 놓고는 해당자가 없다고 슬그머니 접었다. 여성들 입장에서는 정말 용서할 수 없고 도민들을 바보로 만든 사례다.

여섯째, 무소속 연대들의 반란이 이해가 간다. 그들이 일을 잘했기 때문이거나 잘할 수 있기 때문에 이해하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공천과정에서 납득할만한 룰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역 시장·군수들에게 ‘너는 보기 싫으니 나가’, ‘그동안 나에게 모른척 했으니 나가’라는 것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지방선거 공천은 한마디로 시민들을 바보로 만든 과정이었다. 이제는 바보인 시민들이 정치인들을 바보로 만들어야 한다. 다가오는 6월2일 말없이 숨죽인 시민들의 복수가 한국정치를 바꾸는 기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최종식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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