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려야 청춘이다
흔들려야 청춘이다
  • 최종식 기자 choi@ekgib.com
  • 입력   2011. 05. 12   오후 8 : 42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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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의 기관과 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하략- ’

소설가 겸 언론인으로 활동해 온 고 민태원 선생의 청춘예찬의 일부를 옮겼다. 교과서에 실리며 많은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이 글을 이 시점에 애써 인용한 것은 우리 주변의 청춘들이 너무나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에서다. 사람의 생애 주기에서 흔들리지 않은 때가 있을까. 10대는 그때의 고민을 갖고 있고 청년기는 그 시기에 따른 갈등을 겪고 성인이 되고 노년에 접어들어서도 항상 새로운 것을 고민하고 자신의 위치를 되짚어 보게 된다. 엄밀하게 인간은 전 생애에 걸쳐 이래저래 흔들리며 살아가게 된다. 하물며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고 미래가 불투명한 청년들이야 오죽하랴.

학자들은 성인이 되는 준비기간이 더 길어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만의 고민만은 아니라 사실 전 세계적인 추세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고교를 졸업한 대학생들의 불안정은 점점 더 길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한다. 고교시절 결정해야 할 진로와 취업 준비를 이제는 대학이 맡고 있다. 대학은 학문에 대한 고민과 열정보다는 취업을 위한 스펙 쌓기 기간이 된 지 오래다. 이러니 청년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서울대 곽금주 교수는 흔들리는 이들 청년들이야말로 가능성이 있기에 더욱 가치 있는 불안정성이라고 표현했다. 청년기에는 진로를 찾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최고조로 불안정하지만 이 불안정성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가능성이란 말로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흔들리는 청년들에게 우리 사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최근 방송돼 신선한 감동을 준 MBC 일밤 ‘나는 가수다’의 임재범도 자신에게 새로운 기회를 준 경연에 감사함을 나타냈다. 폭발적인 가창력을 보여준 임재범은 인터뷰를 통해 평탄하지 못했던 일상을 이야기하며 가족들에게 미안함의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가히 인터넷에는 후폭풍이라 할 정도로 관심이 올라가고 있다. 이 프로는 흔들리는 가수 임재범에게 최고의 기회가 된 셈이다.

흔들리는 청춘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회다. 그럼에도 정부나 지자체가 이들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매우 한정적이다. 그나마 경기도를 비롯, 일부 지자체에서 청년들을 위해 학비이자를 지원하거나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내용적인 면에서는 아직 초보적 수준이다. 내용도 없는 1박2일의 체험 프로그램을 그들에게 기회라고 말할 수 없다. 상당수의 프로그램이 청년들을 위하기보다는 주최자의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청년 실업 문제를 대비하기 위한 공공기관 인턴제도 청년들의 생애 주기에서 별 의미가 없다. 배울 것 없이 사무보조로 청년들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국가적인 낭비다. 차라리 미취업 청년에게 국가가 용돈을 지원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청년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때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일시적인 활동이나 용돈이 아니다. 자기정체성을 찾아 스스로 하고 싶은 일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최고의 지원은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입만 열면 창의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청년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가 없다. 예산을 아까워해서는 곤란하다. 기업도 단순히 생산성을 높여주는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각인하고 투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프로젝트를 주고, 창의성을 발휘할 공간과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도 하지 못하고 술 한잔 마시고 귀가하는 청년에게 ‘보기 싫다’고 구박하지 마라. 흔들리는 청춘은 더 아프다.   최종식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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