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 참에 신문 한부 보시죠”
[데스크 칼럼] “이 참에 신문 한부 보시죠”
  • 박정임 문화부장 bakha@kyeonggi.com
  • 입력   2012. 08. 30   오후 8 : 34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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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신문 어딨어?” 현관 문을 열기가 무섭게 중학생 딸이 다가서며 묻는다. “숙제 있니?” 하자 “엄마, 태풍 오는데 창문에 신문지를 붙이면 안깨진데.” 그제서야 신문을 찾는 이유를 알고 선, 신문의 쓰임새가 늘었다고 좋아해야 할지 아니면 신문이 창문에나 붙이는 거냐며 나무래야 할지 순간 고민이 됐다.

평소 가깝게 지낸 이웃에게 신문 한부 봐달라고 하면 주부인 경우 “분리수거 하는 것도 힘든데” 하는 거절에 가까운 답이 돌아왔다. 신문을 통해 정보를 얻고, 이웃 살아가는 이야기를 엿 보라는 건데, 버릴 생각부터 하니 번번히 맘이 상했다. 내색은 못하고, 그 후론 데면데면 했던 기억이다.

신문은 살아있는 지식정보의 보고다. 특히 종이신문은 다양한 정보가 커다란 종이에 한꺼번에 담겨 있어 골고루 섭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터넷신문은 카테고리별로 들어가서 내용을 봐야하는데다, 자칫 자기가 좋아하는 내용만 읽게 돼 정보 편식이 우려된다. 게다가 인터넷에 접속하기만하면 정신없이 쏟아지는 배너 광고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다. 수시로 떠다니는 팝업창을 지우다 보면 금방 본 내용이 뭔지도 생각이 안날 만큼 집중력도 떨어진다.

다 본 신문은 또 어떤가. 종이가 귀했던 시절을 떠올려 보자. 생일이면 아버지 손에 들려오던 신문지 포장 속엔 어김없이 쇠고기가 들어 있었다. 살아 있는 생선을 보기 힘들 때 먹던 간고등어 역시 가장 좋은 포장지는 신문지였다. 초 겨울 김장을 담그고 남은 배추를 신문지에 말아 장농 위에 올려 놓고는 겨우내 끓여 먹던 배추된장국의 구수함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맛이다. 음식을 시켜 먹을 때 깔개로 신문지만한 게 또 있을까. 줄자가 없어 눈짐작으로 1m 길이를 어림잡아야 할 때도 신문지를 활짝 펼쳐 대각선 방향으로 접으면 그 대각선의 길이가 정확하게 5㎝ 모자란 1m다.

신문지 활용법을 잘 모른다면 알뜰 주부는 아니다. 기름기가 많은 프라이팬이나 접시 등을 닦기 전에 신문지로 미리 기름기, 기름때, 찌꺼기를 닦아주면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세제를 적게 쓰니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다. 폐식용유를 버릴때도 우유팩 속에 신문지를 넣고 폐식용유를 부으면 신문지가 식용유를 빨아들여서 흐르지 않는다. 채소를 보관할 때 신문지에 싸서 보관하면 일주일은 끄떡없다. 요즘같이 습기가 많을 땐, 신문지를 적당한 크기로 잘라 돌돌 말아서는 신발장 신발 사이사이에 놓아두면 냄새가 어느 정도 사라진다. 비로 인해 젖은 신발을 말릴 때도 신문지를 뭉쳐 신발에 넣어두면 물기를 빨아들여 쉽게 마른다.

신문지는 태풍 볼라벤이 태풍 사라와 매미에 이어 역대 3위로 태풍 루사보다 오히려 강하다는 예보가 나오면서 진가를 발휘했다. 유리창 파손 방지에 젖은 신문지가 큰 도움이 된다는 정보가 급속도로 번지면서 아파트마다 유리창에 신문지를 붙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태풍 신문지 방법’은 유리창에 신문지를 덧대는 것으로 유리창 안쪽에 붙은 젖은 신문지가 압력을 버티는 힘인 장력을 높여 강한 바람에도 유리창이 버틸 수 있도록 해준다. 실제 한 방송사 프로그램의 실험결과 초속 40m에 달하는 강풍도 견딜 만큼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풍 볼라벤의 위력은 대단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해 피해가 적었던 데는 신문지를 부착한 가정이 유난히 많았던 것처럼 사전에 철저히 대비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볼라벤이 물러가자 마자 덴빈이 들이닥친 것처럼 지구온난화로 뜨거워진 바닷물이 많아져 앞으로 태풍 발생이 빈번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창문에 신문지 붙일 일이 더 잦아질 수 있다는 거다. 사회 구석구석에서 일어나는 일들도 알고, 자연 재해도 대비하고. 이 참에 집집마다 신문 한부 정도는 구독했음 좋겠다. 물론 경기일보면 더욱 좋다.

박정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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