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다운사이징(downsizing)
[데스크 칼럼] 다운사이징(downsizing)
  • 정재환 경제부장 jay@kyeonggi.com
  • 입력   2012. 09. 27   오후 7 : 34
  •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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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운사이징’이라는 말이 새삼 유행이다. ‘다운사이징 (downsizing)’은 말 그대로 사이즈를 줄인다는 뜻인데 산업계는 물론 사회 전반에 중요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단순히 크기를 줄인다는 개념을 떠나 규모를 줄여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는 의미도 담고있는 이 용어의 기원은 매우 재미있다. 언뜻 보면 영어의 ‘down(아래로, 낮추어)’과 ‘크기(size)’를 합성한 말같지만 실제로는 IBM 왓슨연구소에서 일했던 헨리 다운사이징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1980년대 초 메인프레임보다 작으면서 보다 우수하고 유연하며 빠르고 신뢰성 있는 컴퓨터 개발을 주창한 사람이다. 공교롭게도 작고 빠른 컴퓨터의 필요성을 역설한 헨리 다운사이징의 성(姓)은 사이즈를 줄인다는 뜻과 묘하게 결합돼 2010년 이후 시대적 변화를 주도하는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요즘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모터쇼에서는 차체의 크기나 무게를 줄인, 그러면서 연비나 성능을 개선한 차량 소개가 대세다. 해외 유명 자동차업체들은 신형 전기차의 무게를 줄이려고 차체를 탄소강화섬유 플라스틱으로 만들거나 2.0 엔진을 얹던 차량의 무게와 성능을 개선해 1.6엔진을 장착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엔진을 소형화하면서 신기술을 이용해 기존 출력을 유지하는 ‘엔진 다운사이징’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자동차업계 뿐 아니라 부동산 분야에서도 이제 다운사이징은 돌이킬 수없는 대세라는 지적이 많다. 1주택자는 집 크기를 줄이고 다주택자는 보유 주택을 처분하는 추세다. 투자 수요도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나 30㎡ 이하 원룸 오피스텔에 집중되고 있다. 시세차익을 노리고 중대형 아파트를 매입하던 이른바 ‘업사이징(upsizing, 확대)’ 시대가 가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작은 것에 실속 투자하는 경향이 주류다.

경기침체와 맞물려 소비 패턴과 규모의 다운사이징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한국은행 경기본부가 내놓은 ‘소비자동향 조사’에 따르면 경기지역의 이 달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0으로 지난 달 보다 4p 떨어졌고, 이는 지난 2009년 3월의 8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특히 소비지출전망 CSI도 102로 지난 달 대비 7p 떨어져 소비자들의 지갑이 좀처럼 열리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의든 타의든 산업계와 부동산, 가계 소비까지 다운사이징 경향이 두드러지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가계부채의 다운사이징은 요원하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천조에 육박하고 있다. 우리 GDP가 1천조다. GDP에 육박하는 가계부채라면 문제가 크다.

미국과 아일랜드, 스페인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어선 뒤 3~4년 정도 후에 경제붕괴가 일어났고, 우리나라는 부채 증가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그보다 짧을 것이라고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지난 해 한국은행이 실시한 ‘가계금융조사’에 따르면 전체 가구당 평균 부채액이 5천205만원이고, 40대의 부채액은 8천666만원, 50대는 9천682만원, 60세 이상은 9천83만원으로 평균 부채액을 훌쩍 뛰어넘어 2배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40~50대의 담보 대출은 주로 주택과 창업자금 마련, 부동산 투자 등의 순이었는데 60세 이상은 창업자금 마련이 절반에 가까운 46.8%로 월등히 높았다. 하지만 자영업 성공률이 매우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런 빚은 고스란히 악성부채로 남을 가능성도 크다.

채무를 조정할 적절한 방법론과 개개인이 빚을 감당해낼만큼의 일자리 창출 등 해법이 당장 나오지 않는 한 우리 경제는 ‘다운사이징’이 아니라 그냥 ‘다운’으로 내몰리게될 것이다.

정재환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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