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제2의 허준이 탄생하려면
[데스크 칼럼] 제2의 허준이 탄생하려면
  • 이선호 문화부장 lshgo@kyeonggi.com
  • 입력   2015. 04. 30   오후 7 : 57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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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을 쓴 허준은 조선시대 당대 최고 명의로 꼽힌다. 한의학을 모르는 사람들도 의서 동의보감과 허준이라는 이름은 다 알고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을 넘어선 훌륭한 위인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명의 허준이 현대사회에 살았으면 과연 이름을 날릴 수 있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양방ㆍ한방이 대립하고 한의학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요즘 같은 의료환경에서는 명의 허준과 그의 저서 동의보감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요즘 한의사에게 진단용방사선장치(엑스레이) 사용을 허용하는 문제를 놓고 의사와 한의사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양방이나 한방이나 의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의료 장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기기 사용을 의사들이 독점하려고 하는 것에서 골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한의학은 오랜 역사를 거쳐 발전해 온 정통의학이고 앞으로도 계승 발전시켜야 할 소중한 우리의 전통문화유산이다.

그러나 현재 의학을 홀대하는 의료환경에서는 발전할 수 없다는 게 한의사들의 불만이다. 의사들이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등 한의학에 대한 견제가 도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의사들은 현대 한의학 발전을 위해서 의료장비사용이 당연히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현행법상 진단용방사선장치를 설치, 운영하는 주체는 의료인이 아니고 의료기관이다. 의료기관은 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병원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의료법 개정 없이 진단용 방사선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의사도 한방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하는 당당한 의료인이다. 따라서 한의사가 최선의 한방의료를 수행하려고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데 법률적인 문제가 없다는 게 한의학계의 주장이다.

의료기기 사용이 의사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양의들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나라 정통 한의원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의료기기는 사람이나 동물을 진료, 검사, 치료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기구나 장치로 양방뿐만 아니라 한방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한의사들의 주장이다. 의료기기가 특정 의료 집단만의 전유물일 수는 없다.

한의사 역시 의료인으로서 한방진료를 수행하며 국민 건강증진을 위해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어야 되는 것이 보편적 상식이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이 다양한 의료 혜택을 받느냐 못 받느냐가 관건이다. 즉 이익집단들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국민들이 다양한 의료 서비스를 받느냐 못 받느냐의 문제다.

양방 의사들은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할 경우 오진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한의학 교육과정에서도 진단학 과목이 개설돼 있는 등 체계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되레 진단용 방사선장치를 활용해 진료할 경우 한의원들의 오진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 양의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의료기기 룰 한의사들이 활용할 경우 오히려 양방, 한방이 보다 건전한 경쟁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서로를 의식하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다 보면 보다 좋은 의료 서비스를 국민들은 받게 된다. 잘못된 것은 과감히 정리하고, 좋은 것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한의학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경우 전통의학 학의학 발전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전 국민이 존경하고 신뢰하는 제2의 허준 같은 한의학의 대가는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이선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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