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간의 정을 나누는 스승의 날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당초 스승과 제자가 직접 만나 정을 나누는 모습 대신 온라인 교감이라는 새로운 방식이 자리를 잡고 있다. 스승의 날을 이틀 앞둔 13일 오전 11시 찾아간 수원 경기대학교 총학생회실. 총학생회실에 모인 학생들의 손에는 카네이션과 편지 대신 영상 촬영을 위한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한켠에 놓여 있는 대형 스크린에는 카네이션 장식과 감사 문구가 담긴 영상이 띄워져 있었다. 이날 학생들이 한곳에 모인 이유는 스승의 날 감사 영상을 제작하기 위해서다. 스승의 날마다 각 학과 주도로 스승에게 꽃과 편지를 전하는 전통을 이어왔지만 코로나가 발생한 지난해부터는 아무런 행사도 열지 못했다. 안타까움을 느낀 경기대 학생회는 영상으로라도 스승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로 했다.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마음만큼은 그대로 전하고 싶었다는 게 경기대 학생회의 설명이다. 이날 참석한 홍정안 총학생회장을 비롯한 학생회 임원들은 카네이션으로 장식된 배경화면을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감사 메시지를 담은 영상까지 손수 제작했다. 영상은 스승의 날 당일 학교 홈페이지 등에 띄워질 예정이다. 홍정안 학생회장은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되면서 학생과 교수님 사이의 교류가 사라져가는 데 안타까움을 느껴 이번 행사를 기획하게 됐다며 이번 영상이 코로나로 인해 멀어져가는 제자와 스승 사이의 간격을 조금이나마 좁힐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같은 날 수원 매향중학교에서도 비대면으로 스승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오전 8시 매향중 교사들이 영상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을 실행하자 선생님 사랑합니다라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교무실을 가득 메웠다. 앞서 매향중 학생 48명은 자발적으로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은 영상편지를 직접 제작했다. 이날 영상을 통해 학생들은 코로나로 온ㆍ오프라인 수업을 동시에 진행해야 해 힘들 텐데 항상 좋은 모습으로 수업해주셔서 감사하다,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줘 감사하다 등 평소 선생님들에게 못다 한 마음을 전했다. 이처럼 학생들이 진심을 담아 제작한 영상을 시청하는 선생님들의 만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오귀석 교장은 당연한 가르침을 준 것인데 이렇게 보답 받아 감격스럽다면서 코로나로 아이들과 만날 수 없어 아쉬운 마음이 컸는데 이렇게 영상으로라도 마음을 전달받아 기쁘다고 말했다. 박준상ㆍ김태희기자
다수의 건물이 밀집해 있는 수도권의 상업지구 내 건물 사이 틈에서 잇딴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시민 안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상업지구 협소공간에 버려진 쓰레기가 버려진 담배꽁초와 맞물리며 화재 요인이 되고 있는 가운데 다수의 건물이 들어선 상업지구 특성상 자칫 대형화재로 번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2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와 수원남부소방서 등에 따르면 최근 상업지구 건물 틈 사이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되고 있다. 경기지역의 상가건물 사이 통로ㆍ실외기 설치 장소ㆍ분리수거장 등 상업지구 협소공간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연평균 23건 수준이다. 실제 발생한 화재 사례를 보면 지난 8일 오후 1시10분께 수원시 구운동의 한 상가단지 내 건물 틈 사이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목격자 A씨가 관할 소방서에 신고를 한 뒤, 신속히 건물 내 소화기를 이용해 화재를 자체 진화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소방 당국은 화재 장소 주변의 종이 및 스티로폼 등에 담배불이 옮겨붙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5월에는 군포시 산본동의 한 복합상가에서 불이 나 1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중ㆍ경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 역시 건물 인근 협소공간에 쌓여 있는 쓰레기에 담뱃불이 옮겨 붙으면서 발생했다. 이날 도내 주요 상업지구 중 하나인 인계동 수원시청역 인근을 둘러본 결과 앞선 사례와 같은 화재 위험 요인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인계동 상가에서는 1m 남짓한 틈만 남겨 둔 채 수십채의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으며, 건물 사이에는 스티로폼과 라이터 등 인화성 쓰레기가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특히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는 담배꽁초 수십개가 발견돼 이들 공간이 흡연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현장을 둘러보던 중 해당 공간에서 흡연하는 사람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처럼 상업지구 협소공간에 버려지는 쓰레기가 화재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건물 사이 틈은 흡연 공간으로 자주 애용되기도 하는데 흡연자들이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가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도소방재난본부의 분석에 따르면 전체 상가건물 사이에서 발생하는 화재 원인의 77.1%는 담배꽁초다. 또 상업용지 특성상 건물 간격이 좁기 마련인데 이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하게 되면 옆 건물로 쉽게 옮겨붙어 대형화재로 번질 우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김광수 수원남부소방서 재난예방과장은 대부분의 건물 사이 화재는 부주의로 일어나는 것이라며 시민들의 작은 노력과 관심만으로도 화재 발생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태희기자
어버이날을 이틀 앞둔 6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의 한 골목길. 남루한 행색의 김태석 할아버지(82)는 어김없이 손수레를 끌고 나타났다. 이곳저곳을 샅샅이 돌아다녀도 손수레는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고, 삐걱거리는 바퀴는 김 할아버지의 고된 삶을 짐작케 했다. 2시간 만에 말문을 연 그는 어버이날이라고 별다를 거 있겠느냐며 그런 거 떠올려봐야 괜스레 마음만 울적해진다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김 할아버지는 홀로 산 지 올해로 23년째다. 한때 아내와 아들로 이뤄진 가정의 번듯한 가장(家長)이었지만 더는 아니다. 아내는 불혹(不惑ㆍ40세)의 나이에 일찍이 곁을 떠났고, 대학까지 뒷바라지한 아들은 사업에 실패하고 집을 나가더니 연락이 끊겼다. 김 할아버지는 사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고 했다. 폐지를 주워 근근이 생계를 이어왔는데 지난해부터 값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3~4년 전 ㎏당 150원씩 하던 폐신문지의 값은 지난해 70원으로, 폐골판지(박스류)도 130원에서 60원까지 반 토막 났다. 폐지 값은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수출 상황과 맞물려 쉽게 오르내린다.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가격이 떨어진 건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보인다. 손수레를 한가득 채워야 100㎏ 정도인데 요즘은 5천원도 안 쳐준다는 게 김 할아버지의 말이다. 온종일 폐지를 주워도 국밥 한 그릇 사먹기 어려운 셈이다. 어버이날이 더 팍팍하게 느껴지는 건 정숙례 할머니(91ㆍ가명)도 마찬가지다. 장안구 영화동 그의 집앞엔 온갖 박스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새벽 5시부터 열심히 수레를 끌고 모아온 것들이다. 소주병은 병당 100원씩 쳐줘서 쏠쏠하지만, 고물상에서 하루 40병까지만 받아준다며 설명을 이어가던 정 할머니는 이런 게 다 무슨 소용이야. 오랜만에 이야기할 사람이 생기니 노인네가 별소릴 다 하네라고 말끝을 흐렸다. 이따금 사회복지사가 찾아와 말동무를 해줬지만, 코로나19로 대면이 어려워지면서 일주일에 한 번 전화로 안부를 묻는 게 전부가 됐다. 경로당을 찾아 이웃 소식을 듣던 소소한 낙(樂)도 사라졌다. 감염 우려로 굳게 닫힌 문은 다시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 할머니는 쓸쓸해도 어쩌겠어. 이제 그러려니 하며 사는 거지라며 소일거리 삼아 박스라도 줍고 다니면서 그렇게 사는 거야라고 읊조렸다. 경기도엔 김 할아버지와 정 할머니 같은 홀몸노인이 28만명 살고 있으며, 그 수는 해마다 2만명씩 늘고 있다. 단지 혼자 사는 독거노인과 달리 홀몸노인은 배우자나 자녀 없이 혹은 오랜 시간 가족과 연락이 두절된 채 살아가는 이들로, 코로나19는 물론 고독사를 비롯한 다양한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부모님의 소중함을 돌아보는 어버이날, 우리 주변에선 누군가의 어버이였던 이들이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안부 인사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 장희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