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석면 공포 <2> 재개발 지역마다 비상
“나이가 들었어도 살고 싶은 욕망은 젊은이 못지않습니다.”
광명시 철산동 일대 재개발지역의 평범한 아파트 관리원이었던 최형식씨(69)는 지난 2008년 6월 삼성서울병원에서 악성중피종(mesothilioma) 말기 최종진단을 받고 투병 중에 있다.
지난 1980년대와 1990년대 중반 광명시 철산동 일원에 대규모 재개발이 이뤄지면서 슬레이트 등에 있던 석면에 무방비 노출됐기 때문이다. 최씨는 “석면으로 인해 삶 자체가 무너졌다. 석면철거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을 통해 나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2년여간 흉막중피종으로 투병하다 올 1월 사망한 故 민모씨도 지난 20여년간 인천지역 공단에서 노동자로 일하던 중 주변 공장이 재개발 되면서 날아든 석면에 노출돼 피해를 입은 사례다.
이처럼 석면 피해사례가 늘어나면서 도내 곳곳의 재개발 지구를 중심으로 석면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도내에는 지난 2007년부터 12개 시 21개 지구 뉴타운 사업이 한창이다. 지난해 부천(소사, 원미, 고강) 지역 재정비 촉진지구 지정에 이어, 이달 7일에는 구리시 인창·수택지구가 촉진지구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구도심 철거시 야기되는 석면 처리 등에 대한 관련 법규 또는 지자체 차원의 조례 등이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더불어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석면 해체·제거 작업지침의 경우, 근로자의 안전에만 국한 돼 있어 사실상 석면 피해 방지 대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석면 날림 현상이 주변 2~3km까지 확산돼 일반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이를 사전에 차단하는 제도적 보완장치 또한 절실하다.
오는 8월 수원시 세류동 재개발(주거환경개선사업) 사업과 고등동 재개발 사업이 철거를 시작으로 본격 추진된다. 이런 가운데 환경단체가 석면날림 등 석면문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지역의 경우 수원시의 대표적인 구도심 지역에 속하며 1960~70년대 지어졌던 건물들이 대부분을 차지, 석면날림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행사인 LH측은 석면처리에 관련된 문제는 노동청이 처리할 문제라며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화성지역의 경우 택지개발이나 공장 부지 조성 공사시 무단 철거로 상당수 업체들이 노동부에 적발되는 등 석면처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고, 또 LH가 시행한 화성 향남2지구 택지개발현장에서 고농도의 석면슬레이트 폐기물이 부실하게 처리돼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환경운동연합 산하 시민환경보건센터 최예용 위원장은 “석면슬레이트 사용 외의 건축자재 석면사용은 아파트나 상가건물이 연립주택이나 단독주택보다 사용비율이 높다”며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경우 향후 피해자 양산과 함께 사업 추진기관에 대한 대규모 피해소송 제기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유진상기자 dharma@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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