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책 등 공공물품 반납 안해 ‘회원 등록’ 자전거까지 사라져 수원·부천역 대여서비스 중단
양심우산, 양심도서, 공공자전거 등 공공물품을 반납하지 않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뒤떨어진 시민의식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비가 내린 6일 오전 8시50분께 ‘양심우산’을 무료로 빌려주고 있는 성남 야탑역은 지하철 이용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대부분 지하철 이용객들의 손에는 우산이 쥐어져 있었지만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시민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시민들은 양심우산이 있어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우산을 빌려가고 있었으며 우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양심우산을 빼가는 일부 얌체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양심우산은 비치된 지 1시간여 뒤인 오전 10시께 모두 동이 났지만 12시간이 지난 이날 밤 10시까지 반납된 우산은 단 한 개도 없었다.
야탑역은 지난 2008년부터 분당스피존으로부터 기증받은 1천여개의 양심우산을 비가 오는 날이면 30개씩 시민들에게 빌려주고 있다. 하지만 우산 반납이 거의 이뤄지지 않으면서 양심우산이 사실상 1회용 제공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실제 분당 스피존에서 지원받은 1천여개의 양심우산은 현재 200여개만이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하철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책을 비치하고 있는 성남 미금역과 정자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금역과 정자역은 지난 2008년부터 인근 교회 등에서 기증받은 책을 비치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들이 책을 반납하지 않으면서 2008년 당시 1천여권에 이르던 책은 현재 100권에도 못 미치고 있다.
더욱이 엄격한 회원등록 절차를 거치는 ‘공영자전거’를 반납하지 않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공영자전거를 도입, 운영하고 있는 고양과 안산의 경우 각각 10여대의 자전거가 반납되지 않은 채 유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양심을 저버린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양심우산, 양심도서 등의 대여서비스를 제공했던 부천역, 수원역 등은 지난해부터 서비스 자체를 아예 중단한 상태다.
김영호 야탑역장은 “우산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시민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양심우산을 대여하고 있지만 반납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사실상 대여가 아닌 제공이 되고 있다”면서 “시민의식 부재로 양심우산의 취지가 퇴색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박민수기자 kiryang@ekgi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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