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진흥원 ‘학교예술강사사업’ 권한은 쥐고 책임은 모르쇠

제목 없음-1 사본.jpg
경기일보가 ‘경기도내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 전면 중단 위기’(본보 2월29일ㆍ3월2일자ㆍ3월7일자 2면)를 집중 보도한 가운데 해당 사업에 대한 비난 여론이 뜨겁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역 위탁 기관과의 ‘불통’으로 애꿎은 학생들만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번 사태의 시작점인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의 시작점부터 지금까지의 운영 과정을 확인, 사태의 원인과 대책을 짚어본다.

2005년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총괄 주관… 초기 강사 근로계약 직접 체결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은 분야별 전문 인력을 학교에 파견해 학생들에 대한 문화예술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2000년 16개 지방자치단체와 한국국악협회를 중심으로 진행한 ‘국악 강사풀제’가 시초다.

전국의 초ㆍ중ㆍ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이후 2002년 연극, 2004년 영화, 2005년 무용ㆍ만화와 애니메이션, 2010년 공예ㆍ디자인ㆍ사진 분야를 잇달아 추가했다. 지난 2015년에는 전국 8천216개 학교에서 8개 장르 예술가 2천916명이 활동했다.

 

사업 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운영 주체 및 진행 방식에 변화가 뒤따랐다.

예산은 국악을 제외한 7개 장르에 대해 문화체육부와 교육청, 국악 부문은 문체부와 지자체 매칭으로 조성한다. 

2005년부터 공공성 강화 등을 목적으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총괄 주관했다. 2009년 8월 예술강사를 근로자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2010년부터 진흥원이 예술강사들과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했다. 

이에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근로계약체결을 진흥원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주장이 팽배하다. 2012년부터 지역성 반영 등을 목적으로 전국 16개 광역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 위탁 운영하게 됐다. 서울이 예산 77억여원에 강사수 878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경기(예산 53억여원ㆍ강사수 566명)가 그 뒤를 잇는다. ★표1 참조

 

진흥원은 각 지역 위탁 기관이 예술강사와의 근로계약 체결하도록 하는 등 점차 사업을 이관하는 모양새다.

 

지역센터, 예산권과 규정규칙재정권 등 아무런 권한 없어

각 센터가 지역의 예술강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지만, ‘문화예술교육지원법’에 따라 공식적인 주관 기관은 문체부와 진흥원이다.

 

지역 센터의 권한과 업무도 한정적이다. 대부분 지역문화재단 소속 1개팀의 최소 1명에서 최대 4명이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실정이다. 예산권과 규정규칙재정권 등 권한은 없고 오롯이 문체부와 진흥원이 정한 지침에 따라 사업을 운영한다.

 

실제로 진흥원이 발간한 <예술강사 활동매뉴얼>에 따르면 △예술강사 모집 및 선발계획 수립 △모집공고 및 접수 △채용대상자 확정 △예술강사 교육활동 관리 △운영학교 연간 지원시수 및 교육과정변경 최종 승인 등 모든 결정권은 문체부 장관과 진흥원장에 의해 이뤄진다.

 

지역센터는 실무를 위탁받아 근로계약 체결, 강사비 지급, 보험 처리, 민원업무 및 각종 증명서 발급업무 등을 담당한다. 혹자는 이를 두고 지역 센터는 “노무 부서에 불과하며 독자적인 사업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봤다.

결정권 없는 지역 센터, 노조 대응 나설 수 없어

전국의 예술강사 350여 명(경기지부 50여 명)으로 2013년 10월 설립된 전국예술강사노동조합(위원장 김광중, 이하 노조)는 지난해 진흥원에 대해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서울지방노동청에 집단진정을 접수했다.

임금체불, 근로계약서 위반, 취업규칙 미신고, 유급휴일인 노동절 수당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노동청은 이를 인정, 지급명령을 내렸다. 노조는 또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서울문화재단 서울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 근로조건 개선을 위한 단체 교섭을 25회에 걸쳐 벌였다.

제목 없음-2 사본.jpg
이 과정에서 노조가 요구하는 것에 대해 지역센터로서 어떠한 답이나 결정을 할 수 없음을 인식, 전국의 센터들과 대책회의를 가졌다. 근로계약체결주체가 법적으로 노조 단체 교섭 및 고소고발 대상이 되는데, 정작 교섭을 해도 재단은 그 어떤 판단과 해결안을 제시할 수 없는 처지임을 깨달은 것이다.

 

특히 앞서 유은혜 국회의원이 발의한 ‘문화예술교육지원법 개정안’은 지역 센터들이 문체부와 진흥원에 ‘근로계약체결주체 중앙 일원화’를 요구하는 계기가 됐다. 이 개정안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문화예술강사 지원 근거 마련, 강사 계약기간 10개월에서 1년 단위로 명시 등을 담고 있다. 

이대로라면 각 지역 센터는 예술강사와 2016년 근로계약 체결 시 모든 법적 책임을 떠안아야 함은 물론, 이들을 정규직으로 수용해야 하는 상황까지 예측 가능하다.

 

문체부, 진흥원 책임 떠넘기기에 전국으로 확산 우려

지역 센터는 수 차례에 걸쳐 문체부와 진흥원에 공문을 보냈지만 2016년 위탁 사업 재계약을 한달 전까지도 아무런 답이 없었다. 

그러다가 제시한 것이 ‘2017년 일원화 추진 방침’이다. 명확한 주체가 없는 상태의, 확정이 아닌 방침을 지역센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 사태로 금이 간 유관기관간 신뢰 관계를 방증한다.

 

이에 대해 경기센터는 가장 먼저 ‘2016년 근로계약체결 불가’를 밝히고, 명확한 계획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경기도교육청 역시 근로계약 체결 및 사업 운영 주체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경기도내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전면 중단 사태다.

 

급기야 최근 서울센터도 ‘2016년부터 중앙총괄기관에서의 근로계약 일원화’라는 전제 조건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해당 사업을 위탁 운영할 수 없다는 입장을 문체부와 진흥원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려했던 대로 전국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경기와 서울을 제외한 지역 센터들은 현재 ‘문체부가 천명한 학교예술강사 근로계약 체결 주체의 중앙 일원화 방침대로 적기 시행’과 ‘2016년에 발생하는 법적문제에 대해 중앙총괄기관(진흥원)의 적극적 대응’ 등을 조건부로 14일부터 사업을 운영키로 논의한 상태다.

 

경기 센터 관계자는 “사업을 안하겠다가 아니라 못하는 처지다. 중앙에서의 2016년 근로계약 체결, 명확한 2017년 중앙 일원화 계획만 밝혀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태를 해결할 대책은 이미 나와있다.

 

류설아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