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 첫 호남 출신 대표… ‘친박계 오더’ 논란 부담

새누리 이정현號 출범
섬기는 리더십 黨 이미지 변화·대선 지지도 상승 기대
최고위원 4명 중 3명 친박… 수도권 주자는 모두 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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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 이정현 신임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4차 전당대회에서 신임 최고위원들과 함께 환호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고위원 최연혜, 강석호, 이 대표, 최고위원 조원진, 이장우, 청년 최고위원 유창수. 연합뉴스
새누리당 신임 대표에 9일 이정현 의원(3선, 전남 순천)이 선출되면서 당 안팎에서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고 있다.

 

해방 이래 호남출신으로서 영남을 기반으로 한 보수정당의 대표가 처음으로 나왔다는 점, 이 의원의 이미지가 소탈하고 부지런하며 겸손하게 섬기는(서번트) 리더십을 강조하는 점은 새누리당의 이미지 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호남의 여론을 놓고 야당과 선의의 경쟁을 벌일 수 있고 이 대표 효과가 상승세를 탈 경우 목표로 하는 내년 대선에서 ‘30% 이상 호남 지지’도 기대해 볼만 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야당의 견제와 비판이 만만치 않아 대야 관계가 원만할 지는 미지수다.

청와대 홍보수석 당시 KBS 세월호 보도개입 논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었고 이번 전당대회 선거운동을 하면서 논란이 될 수 있는 발언을 자주 쏟아내 당내외 비판을 받은 점은 우려를 낳고 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은 호남에 대한 차별과 소외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는 발언은 야당으로부터 비판의 대상이 됐고, “국민들이 국회 실상을 속속들이 알면 몽둥이를 들고 달려들 것이고 망치로 국회를 깨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일 것”이라는 발언은 당 대표 경쟁자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등 아슬아슬한 발언이 잇따라 나왔다.

이번 전당대회는 친박(친 박근혜)계의 ‘오더’가 좌우했다는 비박(비 박근혜)계의 주장도 이 대표의 중량감을 떨어뜨리게 한다. 그는 대표수락연설을 통해 “이제부터 새누리당에는 친박, 비박 등 계파가 없다”고 선언했지만 친박계의 조직적인 지원을 받아 대표로 당선된 상황에서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또한 그를 뒷받침하는 최고위원들도 친박계의 오더대로 당선이 되면서 당의 혁신과는 거리감을 보였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이 대표 당선자를 비롯, 여성ㆍ청년을 포함해 최고위원 당선자 5명 중 조원진ㆍ이장우ㆍ최연혜 의원(여성)ㆍ유창수(청년) 등 4명이 친박계이고 강석호 의원만 비박계로 유일하게 포함되면서 친박계가 당 지도부를 장악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수도권 배제는 큰 문제로 여겨진다.

범친박계인 한선교 의원(4선, 용인병)은 일찌감치 대표 당선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하더라도 친박계 수도권 주자로 유일하게 최고위원 도전에 나선 함진규 의원(재선, 시흥갑) 마저 친박계 오더의 희생양이 됐다.

 

함 의원은 이날 연설에서 친박계와 비박계가 서로 오더를 내린 것을 비꼬며 “오늘 이 자리에 계파별로 투표하러 왔느냐”면서 “수도권을 버리면 새누리당의 미래가 없다. 최고위원 4명 중 수도권이 단 한명도 진출하지 못하면 이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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