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서 올들어 수도권 첫 구제역 젖소 114마리 긴급 살처분 작업
충북서 발생 3일만에 방역망 뚫려
8일 정오께 경기도에서 올 들어 첫 구제역이 발생한 연천군 군남면 선곡리의 한 젖소농장. 농장 입구에서 만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직원 A씨는 굳은 표정이었다. 농장 주인 K씨(65)는 인근 자택에서 단 한 차례도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애지중지 키우던 114마리의 젖소들을 하루 아침에 살처분하게 된 충격이 큰 듯했다. A씨는 “처음 현장에 왔을 때도 농장 주인이 아닌 아내만 밖으로 나와 주의사항을 듣고 갔다”면서 “속이 많이 상한 것인지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40분께 이 젖소농장은 사육 중인 젖소 중 10마리가 침 흘림, 수포 등의 증상을 보인다며 방역 당국에 신고했다. 현장을 찾은 연천구청 축산과 소속 공무원들과 경기도동물위생시험연구소 직원들은 젖소들의 시료를 채취하고 간이검사를 실시했다. 검사결과는 양성이었다.
충북 보은에서 올해 첫 구제역이 발생한지 3일 만에 경기도 방역망이 무너진 순간이었다. 방역당국에 의해 농장 젖소들은 전격적으로 살처분이 결정되고, 소들을 안락사시키기 위한 석시닐콜린(근육이완제) 등이 준비됐다. 동시에 농장 뒷편 공터에서는 포크레인 등 중장비를 동원한 매몰지 준비 작업이 시작됐다.
10여 분이 지난 후 살처분을 진행할 민간업체 관계자 2명이 농장에 도착해 방역복으로 갈아입은 뒤 축사로 들어갔다. 멀쩡한 젖소를 살처분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공무원과 방역본부 직원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침통해 보였다.
오후 6시께 축사 내 젖소들을 한쪽으로 몰아내면서 본격적인 살처분 작업이 시작됐다. 도 동물위생시험연구소 직원들이 석시닐콜린을 주사하자 젖소들이 하나 둘 쓰러져갔다. 급기야 젖소들의 사체는 FRP 통에 담겨 땅속에 매몰됐고 살처분 작업은 이날 밤 늦게까지 계속됐다.
이날 도내 첫 구제역 발병사실을 확인한 남경필 경기지사는 오후 1시50분께 긴급 구제역 방역대책회의를 열고 신속한 살처분 및 인근 농가에 대한 철저한 예방접종을 지시했다. 남 지사는 “도내 1만 4천295 농가에서 사육 중인 소와 돼지에 대해 예방접종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면서 “우선 오늘부터 일주일간 소의 일제접종이 시작되는데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구제역은 지난 2000년 3월 경기도 및 충청남북도에서 처음 발생해 2천여 마리의 소ㆍ돼지가 매몰처리되면서 2천725억 원의 재정이 투입됐다. 이후 2010년 11월부터 2011년 4월까지 145일간 경기ㆍ경북ㆍ충청남북도 등 11개 지역에서 창궐해 353만여 마리가 설처분되고 무려 3조 원이 넘는 예산이 소진됐다. 사상 최악의 순간이었다. 이후 2014년과 2015년에도 구제역 발생은 되풀이 됐고 도내에서는 2015년 4월 발생이 마지막이었다.
정대전ㆍ한진경ㆍ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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