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평택고덕산업단지 명과 암] 3. 줄도산 위기 놓인 중장비 업체들

“장비 할부금 허덕… 반도체 라인 추가 건설 없으면 사형선고”

“5년 동안 매달 할부금만 3천만 원씩 갚아야 하는데, 추가 공사 계획이 없다니 막막합니다”

 

N 크레인업체 대표 C씨(53)는 최근 업계에서 들려오는 소문에 하루하루가 절망스럽다. 최소 수년 동안 진행될 삼성전자 라인 건설 현장에 투입하려고 40여억 원을 들여 25~200t급 크레인 6대를 마련했는데, 현재로서는 라인 2기 건설 계획이 없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다.

크레인 구입비용으로만 매달 3천여만 원의 할부금을 갚아야 하는 C씨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더욱이 대형 크레인은 활용할 수 있는 건설현장도 한정적이라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C씨는 “삼성전자 건설현장만 믿고 눈 딱 감고 신규 장비를 구입했다”면서 “라인 추가 건설이 없다면 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라인 추가 건설 계획이 당분간 없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평택지역 중장비 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100여 개 업체가 신규 장비 구입에 수백억 원을 썼지만, 이를 투입할 건설현장이 사라져 업체별로 많게는 수천만 원에 해당하는 할부금만 부담해야 하는 등 망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

 

14일 평택시와 평택시건설기계연합회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2015년 착공한 고덕산업단지 반도체 라인 1기 건설과 관련, 현장 투입 중장비에 대해 크레인과 지게차는 15년, 펌프카는 7년, 스카이는 5년 등의 엄격한 연식 제한을 뒀다. 기름 유출을 비롯한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평택지역 중장비 업체들은 수억~수십억 원을 들여 신규 장비 마련에 나섰다. 특히 D 업체는 100t급 크레인 3대, 300t급 크레인 1대, 500t급 크레인 1대 등을 구입하는 데 무려 75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크레인 가격은 종류에 따라 3억(25t급)~35억(500t급) 원으로 고가 중장비에 속한다. 평택지역에서만 업체 10여 곳이 모두 250여억 원을 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사다리차 종류인 스카이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30개 업체가 50여 대의 신규 장비 구입에 150여억 원을 들였다. 업체별로 2억~4억2천만 원에 달하는 스카이를 추가로 마련했지만, 삼성전자 건설 현장 외에는 마땅히 투입할 현장이 없어 애를 먹고 있다.

 

펌프카와 지게차 업계도 울상이다. 평택지역 업체만 펌프카 20여 대(80여억 원), 지게차 40여 대(30여억 원)를 새로 마련했다. 그나마 일부 장비가 마무리 공사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크레인, 스카이와는 달리 이들 중장비는 대부분 현장에서 빠진 상태다.

 

김강열 평택시 펌프카연합회장은 “이대로 가면 업체 다수가 도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추가 건설이 가능한 여건을 빨리 조성해 주길 바란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평택시 관계자는 “라인 추가 건설은 삼성전자가 결정할 문제라 지자체에서 개입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해영ㆍ이명관ㆍ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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