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전역서 수상한 악취 밤잠도 설쳐

주말 지독한 냄새 시민들 고통 호소 민원 쇄도하자 수원시 사태파악 나서
전문가 “화학물질 소각시 유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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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잠이 깰 정도로 지독한 냄새 때문에 아이들까지 밤잠을 설쳤습니다”

 

지난 24일 새벽 2시30분께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에 사는 Y씨(30ㆍ여) 부부는 갑작스런 악취에 잠에서 깼다. 무더위에 열어 놓은 창문 사이로 플라스틱을 태우는 듯한 냄새가 들어와 집 안을 가득 메우는 바람에 아이들까지도 코를 부여잡고 칭얼대기 시작했다. 

이미 집 안으로 들어온 냄새 때문에 창문을 닫지도 열지도 못하던 Y씨 부부는 옥상에 올라가 동네를 둘러봤지만, 악취를 풍길 만한 장면을 찾을 수 없었다. 

Y씨는 “2시간이 넘도록 지속된 악취 때문에 몇몇 동네 사람들도 밖으로 나와 서성이는 모습이 보였다”면서 “주말이 다 가도록 시에서는 아무런 조치가 없어 불안한 상태로 이틀을 보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주말 사이 수원시 전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악취가 풍기면서 새벽시간 단잠에 빠져 있던 시민들이 고통을 겪는 소동이 발생했다. 고무나 플라스틱 등이 타는 냄새가 새벽 내내 진동하면서 시민들의 민원이 쇄도하자 수원시도 사태 파악에 나섰다.

 

26일 수원시에 따르면 지난 24일 새벽 2시께부터 화학 물질을 소각할 때 나오는 매연 냄새가 정자동과 천천동을 비롯한 장안구 일대를 뒤덮었다. 장안구뿐만 아니라 권선구 구운동과 세류동은 물론 팔달구 인계동까지 악취가 퍼지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도 밤잠을 설치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이 때문에 페이스북 등 SNS와 수원시 홈페이지 민원게시판에 악취 원인을 찾아달라는 내용의 글이 빗발치는가 하면 수원소방서에도 비슷한 내용의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됐다. 이에 소방 당국이 새벽 3시30분께 악취가 가장 심했던 정자동 SK스카이뷰 아파트 근처로 출동했지만, 별다른 특이점을 찾지 못했다. 같은 시간대 접수된 화재 신고도 전무했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대규모 화학공장이 화학물질을 소각하는 과정에서 매연이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김순태 아주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넓은 지역에 동시다발적으로 악취가 퍼졌다면 대형화재 또는 화학공장에서 나온 매연일 가능성이 크다”며 “지자체 차원에서 당시 공기를 포집, 성분 분석을 통한 원인 파악에 나서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수원시 관계자는 “대기 환경이나 기온 등에 따라 일시적으로 악취가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수원시내뿐만 아니라 타 시ㆍ군 공장 등에서 매연이 유입됐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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