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재발방지 약속 8개월만에 또 참사… “말뿐인 대책” 비난
현대건설㈜의 광주시 ‘힐스테이트 태전’ 신축공사 현장에서 1년 사이 무려 5명의 근로자가 희생(본보 8월1ㆍ2일자 1면ㆍ4일자 7면)된 가운데 현대건설이 지난해 본사 차원에서 안전관리강화 및 사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8개월 만에 또 다시 참사가 재현, 헛구호에 그쳤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8일 고용노동부 성남지청과 현대건설에 따르면 현대건설 부사장급 임원 A씨는 지난해 11월21일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서 1시간 10여분 동안 안전관리대책 강화에 대해 발표했다. 이는 같은해 6월과 10월 두 차례나 사고가 나 근로자 3명이 사망하고 1명이 부상을 입으면서 본사 차원에서 재발방지를 약속하기 위한 자리였다.
회의는 현대건설 본사가 주관했으며, 당시 현대건설 부사장급 임원 A씨를 비롯한 현대건설 측 임직원과 고용노동부 성남지청 관계자 등 13명이 참석했다. 고용노동부 지청에 건설사 임원진이 직접 참석해 안전관리강화 대책을 발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현대건설은 안전관리강화를 위해 현장 안전관리자 및 안전지킴이를 20여 명에서 30여 명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또 현장에 CCTV를 설치, 본사관제시스템을 운영해 현장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모든 것이 다시는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겠다는 현대건설 본사 차원의 약속이었다.
그러나 8개월 뒤인 지난달 29일 현장에서는 리프트 해체 작업을 하던 근로자 2명이 타고 있던 리프트가 추락해 이들 모두 사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현대건설 측의 안전관리강화 대책 발표가 있은 후 불과 8개월 만의 일이었다. 당시 현장에는 법을 위반한 채 작업지휘자를 배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이 본사 차원에서 임원까지 나서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결국 또 다른 참사를 빚어내 대책 발표가 공염불에 그쳤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입주예정자 A씨는 “작년에 잇따라 사망사고가 발생해 본사 차원에서 안전관리강화 대책을 발표한 뒤 올해 또다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은 어느 누가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 아닌가”라면서 “말 뿐인 대책이라고 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부사장이 참석해 안전관리자 증원 및 현장 모니터링 실시 등 안전관리대책을 발표하고 이를 분명히 실행에 옮기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했다”라며 “그러나 또다시 사망사고가 발생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힐스테이트 태전’ 신축공사 현장에서 리프트가 추락해 2명이 숨지는 등 지난해 6월부터 3차례나 사고가 나 5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한상훈ㆍ권혁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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