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전초기지 인천] Report 3 남북경협_정적 휩싸인 ‘개성공단’

北 핵개발 ‘OFF’ 개성공단 ‘ON’… 희망사항 언제쯤?

가동이 중단된채 침묵에 휩싸여 있는 개성공단 모습.
가동이 중단된채 침묵에 휩싸여 있는 개성공단 모습.
불꺼진 개성공단, 다시 타오를 수 있을까. 5·9 대선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전임 박근혜 정부 시절 단행된 개성공단 폐쇄조치가 철회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인 개성공단 폐쇄로 입주협력업체들은 경영상 막대한 차질을 빚은데다 제대로 된 피해보상조차 받지 못하고 일터에서 쫓겨나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남북교류가 재개된다면 남북교류의 상징과도 같은 개성공단이 재가동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의 불씨를 고대하고 있다.

개성공단에서 철수한 인천기업 중 일부는 남동국가산단이나 강화일반산단 등 인천지역 공단에 새로 둥지를 튼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다수 업체들은 막대한 초기비용이 투자된 개성공단의 재가동을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사정은 결코 녹록치 않다. 북한이 기습적으로 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전략이 큰 틀에서 변화를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와중에, 이미 사용한 정부 독자 제재의 큰 축인 개성공단 재가동을 논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교류협력의 상징과도 같은 개성공단은 결국 문재인 정부의 대북전략과 궤를 같이 할 수 밖에 없어 시시각각 변하는 남북정세에 따른 ‘바람 앞의 등불’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편집자 주

 

■ 남북 교류·협력의 심장 ‘개성공단’

개성공단 조성은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토지와 인력이 결합해 남북교류협력의 새로운 장을 마련한 역사적인 사업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손을 맞잡은 역사적인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급물살을 탄 남북교류협력의 하나인 개성공단은, 2000년 8월 9일 남한의 현대 아산과 북한의 아태, 민경련간 ‘개성공업지구 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체결하면서 단초를 놓았다.

 

이후 2002년 11월 27일 북한이 개성공업지구법을 공포함으로써 개성공단 조성은 점차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그해 12월 남한의 한국토지공사·현대아산과, 북한의 아태, 민경련간 개발업자지정합의서를 체결했으며, 2003년 6월 역사적인 개성공단 착공식을 갖기에 이르렀다. 2004년 6월 시범단지 2만8천평의 부지조성이 완료된 이후 그 해 10월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사무소를 개소했다. 

앞서 그해 6월에는 시범단지 입주업체 18곳을 선정해 계약을 체결했으며 12월 분양기업에서 생산된 제품의 첫 반출이 있었다. 2007년 6월에 1단계 2차 분양업체가 선정됐으며 그해 10월 1단계 기반시설 준공이 있었다. 그해 9월 기준 입주기업 생산액이 10억달러를 돌파했으며 2012년 1월 북한 근로자 5만명을 돌파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개성공단은 북한이 토지를 남한에 임대하는 방식으로 조성됐다. 토지임대기간은 토지이용증을 발급한 날로부터 50년이다. 토지임대차 계약은 남측의 개발업자와 북측의 중앙공업지구 지도기관과 한다. 남한에서는 한국토지공사와 현대아산이 공단조성 역할을 분담했다.

 

북한의 개성공업지구법에 의해 개성공단은 국제적인 공업, 무역, 상업, 금융, 관광지역으로 구분한다. 2012년 기준 입주기업은 섬유 72곳, 화학 9곳, 기계금속 23곳, 전기전자 13곳, 식품 2곳, 종이·목재 3곳, 비금속 광물 1곳 등 모두 123개 업체가 가동됐다. 이 중 인천기업은 18곳, 경기기업은 39곳이다.

지난 2월9일 6.15 경기본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경기도의회 브리핑 룸에서 개성공단 정상화 및 남북관계 복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기일보 DB
지난 2월9일 6.15 경기본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경기도의회 브리핑 룸에서 개성공단 정상화 및 남북관계 복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기일보 DB
■ 박근혜 정부, 北 도발에 전면 중단… 입주기업 날벼락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2월 10일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당시 정부는 지난해 1월 4차 핵실험, 지난해 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핵 위협이 과거와 수준이 다른 엄중한 상황으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사실상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고 수위의 대북제재 조치다. 정부는 국가안보와 국민 안위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특단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입주업체들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전면중단 여파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과 협력업체들의 고충이 커졌다. 많게는 수백억원을 들여 개성공단에 공장을 세우고 생산설비를 갖췄지만, 정부의 공단 폐쇄 결정으로 한 순간에 모든 인력과 설비를 현지에 두고 빈손으로 내려올 수 밖에 없어 눈덩이처럼 불어난 피해액과 대출금을 감당할 길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인천시의 경우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360억원 규모의 자금을 융자로 지원하고 강화·검단·서운산단 내 미분양 토지를 지원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지자체 지원 자금만으로는 피해금액을 충당하기 어려운데다 대체부지 역시 투자대비 인건비 등에서 수지가 맞지 않은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아 업체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보니 개성공단 입주업체 상당수는 개성공단이 재개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겨우 버티는 경우가 많다.

 

입주업체의 한 관계자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피해보상 문제의 해결은 정부가 이미 약속한 만큼, 확인된 실질 피해 보상분이라도 전액 예산에 반영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청에서 지난해 6월 열린 개성공단 물품 전시회 모습.
인천시청에서 지난해 6월 열린 개성공단 물품 전시회 모습.
■ 새 정부, 재가동 필요성 언급… 북핵·미사일이 변수

통일부는 지난 7월 전면 중단된 개성공단 가동이 재개될 필요성이 있다고 언급해 개성공단 현안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지난 7월 14일 정례브리핑에서 “개성공단이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조성과정에서 가지는 가치를 감안할 때 재개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재개를 위해서는 비핵화를 위한 대화국면이 조성되는 등 북핵 상황에 진전이 있어야 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결국 개성공단 재개 여부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전략 안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북핵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는지가 가장 중요한 논리로 좌우할 전망이다.

 

북한은 지난 7월 28일 밤 기습적으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전략이 큰 틀에서 전환점에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도발 이후 즉각적으로 사드 잔여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하고,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협상을 개시하도록 한 것이 이 같은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사드 추가배치 이외에도 국내 독자적인 제재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시하면서 ‘개성공단 재개’가 점점 요원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 폐쇄는 금강산 관광 중단과 더불어 이전 정부의 독자적 대북제재 방안이었기 때문이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2010년 5월 24일 천안함 침몰사건 책임을 물어 그동안 유지돼 오던 남북관계를 엄격하게 단절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이른바 5·24조치다. 이로 인해 북한 선박의 남측 해역 운항 및 입항이 금지됐고 남북 간 교육 및 물품반입도 금지됐다. 남한 주민의 북한 방문 및 북한주민 접촉도 제한됐으며, 순수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대북 지원사업도 금지됐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2월 10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했다. 또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관여한 북한 및 제3국의 개인 40명과 30개 단체를 금융 제재 대상자로 지정하고 6개월 이내에 북한에 다녀온 외국 선박의 국내 입항도 금지하는 내용 등을 담은 독자적인 대북 제재조치도 발표한 바 있다.

 

이렇다보니 문재인 정부가 당장 실효성 있는 제재방안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 정권에서 실행한 대북 제재방안인 개성공단 폐쇄를 당장 뒤집기란 점점 어려워 질 것으로 보여 희망의 불씨는 점점 잦아들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북핵 상황이 진전돼야 개성공단 가동 재개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양광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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