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년 만에 전 구간 완벽 재현”…‘제54회 수원화성문화제’ 정조대왕 능행차

▲ 제54회 수원화성문화제 이모저모_ 배다리_1
▲ 제54회 수원화성문화제 이모저모_ 배다리_1

 

“정조대왕 만세! 정조대왕 만세!”

 

24일 오후 1시45분께 화성시 효행로 일대는 시민들로 가득 차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곳을 가득 채운 화성시민들은 ‘222년’ 만에 화성을 찾은 정조대왕을 향해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와 함께 열띤 환호를 쏟아냈다. 자신의 아버지 사도세자가 모셔진 융릉으로 향하는 정조대왕의 발길 한걸음 한걸음에 시민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화성시민 김성모씨(42)는 “이 마지막 구간이 재현된 것이 처음이라고 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임금님을 마중나왔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222년 만에 완벽하게 재현된 정조대왕 능행차가 서울 창덕궁에서 수원화성행궁을 거쳐 융릉까지 총 59.2㎞ 구간에서 경기도민과 서울시민들의 큰 호응 속에 성황리에 이뤄졌다. 이번 능행차는 연인원 4천580명, 취타대 16팀, 말 690필이 투입돼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 가운데, 사상 최초로 수원화성행궁~융릉 구간에서도 진행돼 그 의미를 더했다.

 

지난 23일 오전 8시30분 서울 종로구 창덕궁 돈화문 앞에서 시민들의 환송 의식 속에 능행차가 첫발을 내디뎠다. 인사동, 종로3가, 보신각, 숭례문을 거쳐 서울역에 다다르자 최근 개장한 서울로7107 고가에서 대기 중이던 수많은 인파가 환호했다. 이어 시민들이 백성 역할을 맡아 능행차에 합류했고, 정오께 행렬은 한강을 건너기 위해 이촌지구 배다리에 당도했다. 정조대왕은 능행차를 지켜보는 시민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하거나 사진을 찍으며 소통했다. 노들섬과 시흥행궁으로 이어진 21㎞ 능행차 구간 첫째 날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능행차는 이튿날인 24일 오전 9시부터 서울 금천구청과 수원 화성행궁, 두 구간에서 동시에 시작됐다. 오전 10시30분께 안양역 앞에서 정조대왕을 시해하려는 자객으로부터 근위대가 호위하는 장면이 재현되자, 구름처럼 모인 시민들의 열기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낮 12시40분께에는 능행차를 가로막은 한 백성이 비정규직의 부당함을 호소하고자 격쟁(억울한 일을 당한 백성이 임금이 행차하는 길에서 징이나 꽹과리를 치며 임금에게 하소연하던 제도)을 하자, 이를 들은 정조대왕은 “이 나라의 백성들이 자기 자리에서 묵묵하게 일할 수 있도록 살피겠노라”고 약속했다. 능행차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성과 함께 박수갈채를 보내며 정조대왕을 연호했다.

 

사상 처음으로 재현된 화성행궁~융릉 간 11.6㎞ 구간에서의 행렬은 이번 정조대왕 능행차의 ‘하이라이트’였다. 1795년 이후 222년 만에 재현된 행궁~융릉 능행차에서는 봉수당과 신풍루를 나선 정조대왕이 현륭원으로의 행차에 나서는 모습이 재현됐다. 특히 능행차가 도착하기 수시간 전부터 모인 화성시민들은 긴 줄을 이뤄 정조대왕의 모습을 기다리기도 했다.

 

마침내 오후 1시45분께 능행차 행렬이 종착지인 융릉에 도착하자, 정조대왕은 백성들의 격쟁을 들은 뒤 오후 3시께 제례복으로 갈아입고 혜경궁 홍씨, 신하들과 함께 제단에 올랐다. 이어 아버지 사도세자를 추모하고자 정조대왕이 당시에 행했던 ‘궁원의 제향’이 1795년 이후 처음 재현되면서 성대했던 능행차는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유병돈ㆍ수습 조수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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