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경기도 공연장] 하. “다목적홀은 전시행정… 음향 즐기는 전용공연장 늘려야”

“다목적홀은 전시행정… 음향 즐기는 전용공연장 늘려야”
크게만 짓는 한국 공연장은 음향 사각지대 생길 수밖에 없어
“경기필하모닉 전용공연장 설립… 道 문화 발전 디딤돌 될 것”

“다목적홀 공연장이야말로 성과 과시를 위한 전시행정의 결과물이에요. 이제라도 엉터리 공연장 그만 짓고 전용공연장을 확산시켜야 합니다”

 

경기도내 제대로된 공연장이 부족한 것과 관련, 공연 음향 전문가들은 다목적홀 난립 등 전시행정의 결과라고 분석하고, 지금부터라도 전용 공연장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21일 세계 유수 공연장에서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함신익 지휘자는 “누구를 위한 오케스트라이며 누구를 위한 공연장인지부터 개념을 명확히 해야한다”며 “무작정 크게 지을 게 아니라 음향이 공연장 내부를 완벽하게 돌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축구 경기장을 예로 들며 “예전에는 종합운동장에서 축구를 했기에 축구장과 관람석 사이에 트랙 같은 장애물이 있었다. 

축구 전용경기장이 생긴 지금, 관람객과 축구선수 사이에 장애물이 없으니 선수의 땀방울까지 볼 수 있는 시대이지만 국내 공연장은 아직도 구시대에 머물러 있다”며 “다목적홀에서 클래식 공연을 하면 오페라에서 쓰이는 ‘피트’ 가 무대 앞을 차지해 관객과 연주자 거리가 30m 이상 차이 나는 구시대적인 공연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좋은 공연장은 무대에서 마이크 없이 말할 때에도 3층 객석까지 소리가 돌아야 한다. 그래야만 연주자들도 서로의 연주를 풍부하게 듣고 완벽한 하모니를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공연장을 마냥 크게만 지으려고 하는데 이러면 음향 사각지대가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적당한 규모로 완벽한 음향을 즐길 수 있는 전용 공연장이 경기도에 들어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축 음향설계 전문가 김남돈 박사는 경기도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자기 소리를 온전히 낼 수 있는 전용공연장 설립부터가 경기도 문화 발전의 첫발이라고 주장했다. 김 박사는 일본을 예로 들며 “일본은 전용공연장 시대가 이미 20년 전에 왔다. 

음악 수준도 우리보다 20년 이상 앞서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NHK교향악단, 도쿄교향악단들이 출연할 수 있었던 것도 각 시마다 클래식 전용 공연장이 들어서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경기필은 성시연 지휘자가 오면서 상당 부분 수준을 끌어올렸지만 이를 온전히 담을 수 있는 공연장이 없어 사실상 ‘우물 안 개구리’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필하모닉 전용공연장 설립이 경기도 문화 발전의 첫 디딤돌이자 전용 공연장의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형균 톤마이스터는 공연장 설계 단계부터 목적을 정확히 구분해 건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공연의 음향은 악기 소리, 연주자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건축음향도 중요하다”며 “오페라를 할 건지, 클래식을 할 건지 사전에 장르 구분을 명확히 한 뒤 더 풍부한 음향을 낼 수 있는 재질, 구조로 만들어져야 ‘전용 공연장’이 탄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프트웨어 없는 하드웨어는 무용지물이듯 전용 공연장이 생기면 그에 맞는 콘텐츠 개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허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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