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만 오면 ‘반토막 공연’
전용 공연장 2곳뿐… 서울의 절반도 못 미쳐
무대시설 없거나 노후, 설계부터 잘못된 곳도
때로는 연주자보다 음악 ‘공간’이 중요하다.
공연도 제각기 특성이 달라 장르별 음악 연주에 최적화된 전용 공연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해외를 비롯 서울, 대구, 통영 등은 오페라, 클래식 등 공연 특성에 맞는 전용 공연장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반해 경기도는 대부분 공연장이 장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다목적홀’에서 모든 공연을 연출해 사실상 ‘무(無)목적홀’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다목적홀’이 ‘무(無)목적홀’이 돼 버린 경기도 공연장들의 실태를 짚어보고 경기도 공연 환경 개선에 대한 방향을 제시한다. 편집자주
경기도를 대표하는 공연장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은 지난 1월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공연 당시 세트전환장치가 없어 예산 2천100만 원가량을 들여 임시로 시설을 설치해야 했다. 지난해 2월 <명성황후 20주년> 공연도 이동식회전장치가 없어 주요 무대 시설인 2단 리프트 무대를 설치하지 못했다.
경기도문화의전당 오케스트라 리프트는 노후화돼 공연 장비 이동수단으로 사용하는 등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대극장에 있는 대형 스피커도 10년 주기로 교체해야 하지만 전당은 1997년 당시 설치했던 노후화된 스피커를 여전히 사용 중이다.
이처럼 해외 및 국내에서 공연한 대규모 공연들은 경기도에만 오면 주요 무대 시설을 설치할 수 없어 사실상 제대로 된 공연 연출과 관람이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도 공연장들이 클래식, 뮤지컬 등 공연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다목적홀’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연장 시설이 노후화된 탓에 그 공연의 품질마저 떨어지고 있어 경기도에도 전용공연장 확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8일 경기도, 시ㆍ군문화재단 등에 따르면 도내 800석 이상의 공공 대공연장은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 용인포은아트홀, SK아트리움 대공연장 등 총 23곳에 달한다. 이들 공연장 중 전용 공연장은 고양 아람누리극장(클래식)과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클래식) 등 2곳에 그친다. 서울의 경우 전용 공연장이 총 8개(클래식 3ㆍ오페라 1ㆍ뮤지컬 4)로, 경기도는 이에 절반도 못 미친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는 전용공연장 2곳을 제외한 나머지 공연장이 모두 ‘다목적홀’로 지어져 해외나 서울 등에서 진행한 대규모 공연들도 경기도에만 오면 일부 장치나 시설들이 제외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안산문화예술의전당도 공연장 높이가 다른 공연장에 비해 턱없이 낮은 탓에 지난 5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의 세트는 당초 7m에서 3m 이상 줄이기도 했다.
클래식 공연을 좌우하는 음향도 객석 탓에 그 음질이 매우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잔향’이 객석에서 평균 2초가량 머물러야 하지만 도내 공연장은 잔향을 거의 낼 수 없는 환경이다. 고양 아람누리극장을 제외한 모든 도내 공연장이 ‘음향객석’이 아닌 ‘일반객석’을 사용해 의자가 소리를 다 흡수하기 때문이다.
공연 설계 단계부터 잘못된 공연장도 부지기수다. 수원 SK아트리움은 방음벽을 사용하지 않아 대공연장에서 공연할 경우 소공연장에서 클래식 등의 잔잔한 공연을 함께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연출된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경기도에 풀(full)세트 그대로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이 없어 세트를 몇 개 빼거나 무대 규모에 맞게 재구성해 결과물이 항상 아쉽다”며 “이 때문에 공연장 섭외할 때 경기도를 고려하지 않을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내 공연장 관계자는 “경기도 공연장이 그 수는 많지만 최소한 갖춰야 할 조건도 갖추지 못한 공연장들이 있어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허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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