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은 ‘왕방산 암벽공원’ 카라반…주민들 주차난에 철거요구

포천시가 개장도 하지 않은 왕방산 암벽공원에 수억 원을 들여 캠핑용 트레일러(카라반)를 조기 설치한 후 한 번도 사용해 보지 못하고 사후보증기간(2년)을 넘기게 되는 황당한 일이 발생(본보 1월9일자 6면) 했는가 하면, 카라반 구매과정에서 제한경쟁 입찰방식으로 선정한 업체의 카라반 제원을 제작구매 시방서에 그대로 베껴 작성해 특혜 의혹(본보 1월10일자 6면)까지 이는 가운데 이번에는 주민들이 마을총회에서 카라반 철거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8일 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시는 지난 2015년 6월 신북면 심곡리 왕방산 암벽공원 조성사업의 편익시설로 카라반 캠핑카 7대를 2억6천249만 원에 계약, 이듬해인 2016년 3월31일에 설치했다.

 

당시 암벽공원은 토목공사가 진행 중이었고, 진입로 공사는 채 들어가지도 않는 상태여서 조기 구매에 따른 논란이 일었다. 또한, 제한경쟁 입찰방식으로 선정한 업체의 제원을 시방서에 그대로 베껴 작성한 것으로 드러나 특혜 의혹까지 불거졌다.

 

그러나 그동안 잠잠히 지켜보던 마을 주민들은 심곡2리 이장이 바뀌고 7일 열린 마을 총회에서 카라반 설치에 따른 문제점을 제기했다. 결국, 이날 이장 A씨와 주민들은 카라반 운영으로 주차난이 심각하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카라반을 철거하기로 결정, 행정적인 절차를 밟기로 했다.

 

실제 암벽공원 앞에 조성된 광장은 통행도로를 제외하고 나면 겨우 10여 대 정도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공간밖에 없다. 특히, 여름에는 이곳 깊이울 계곡을 찾는 사람들이 많고 계곡 옆에는 캠핑장이 설치돼 있어 겨울철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주차장이 부족한 실정이다. 여기에 오는 5월 암벽공원이 개장되면 주차난은 더욱 심각해질 전망이다.

 

이장 A씨는 “카라반이 운영될 경우 주차난은 심각해진다”며 “주민들이 만장일치로 카라반 철거를 결정했고, 현재 농업법인 인수인계 절차와 이사회 결의 등 행정적인 절차만 남았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자 포천시의회 이원석 의원은 “주민들의 소득사업이란 미명하에 벌인 시의 주먹구구식 행정이 수억 원의 예산낭비로 이어진 결과”라며 “지금 시가 진행하고 있는 감사를 통해 누가 주도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 재산이기 때문에 주민들 임의대로 철거할 수는 없지만, 주민들의 철거요구가 들어오면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포천=김두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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