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트랙만도 못한 인조잔디] 충격흡수성 ‘나몰라라’ 인조잔디 관리도 엉망

학교, 유해성 검사만 집중 충격완화 소극적
시공업체들도 하자 보수에 모르쇠 일관
KCL “안전점검 등 지속적 관리 필요해”

▲ 인조잔디 구장 2
▲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기관 관계자들이 도내 조성된 인조잔디 구장에 대한 ‘인조잔디 시스템 충격흡수량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양휘모기자

경기도내 초ㆍ중ㆍ고ㆍ특수학교 2천419개 학교 가운데 인조잔디를 보유한 학교는 311곳으로 12.9%에 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해와 올해 인조잔디 구장을 조성한 학교는 총 11곳으로 해당 학교들은 수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입해 인조잔디 구장 교체공사를 진행했다.

 

학생들이 흙바닥 대신 새로 깔린 푸른 잔디를 밟으며 안전하고 마음껏 뛰놀게 하기 위해 인조잔디 구장을 조성한 것이지만 실제 본보 조사 결과 학교 인조잔디 구장은 딱딱한 육상 트랙보다도 충격흡수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7개 학교 평균 충격흡수성 32.8%…KS규정 최저 기준의 절반 수준에 그쳐

-본보가 올해와 지난해 인조잔디 구장을 조성한 도내 7개 학교를 대상으로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과 함께 ‘인조잔디 시스템 충격흡수성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7개 학교의 평균 충격흡수성은 32.8%로 측정됐다. 이는 KS(한국산업표준)가 규정한 최저 안전기준(5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곳은 구리시 소재 F고등학교로 KS규정 최저 기준치 절반 수준인 26%로 확인됐다. 이곳 인조잔디 구장의 상태는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 인조잔디 틈 사이에 깔린 충전재(탄성칩)가 듬성듬성 비어 있는가 하면 일부 구간에 집중적으로 몰려져 있어 충격흡수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정작 F고교 관계자는 2억 3천만 원 가량을 투입해 인조잔디 운동장을 조성해 놓고도 충격흡수성에 대해서는 어떠한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F고등학교 관계자는 “운동장 보수비용을 마련해 하자 보수에 힘쓰고 있지만 충격흡수를 위한 보수작업에 대해서는 정확히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인조잔디 운동장의 충격흡수성이 KS 기준치보다 한참 떨어지면서 학생들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평균 34%의 충격흡수성을 기록한 하남 덕풍동 E고교 관계자는 “학생들이 인조잔디 운동장에서 수시로 다쳐 시공업체에 하자보수를 요청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업체 측은 규격에 맞게 설치했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 유해성 검사는 하지만, 정작 충격흡수성에 대해서는 아무도 관심 없어

이처럼 인조잔디 운동장의 충격흡수성은 아이들의 부상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는 유해성 물질에만 관심을 쏟을 뿐 충격흡수성에 대한 부분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도내 학교에 인조잔디 운동장을 조성한 Z업체 관계자는 “학교 측에서 유해성 검사에 대한 부분은 철저하게 주문해 대부분의 시공 업체들이 유해성 물질이 포함되지 않은 제품을 사용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충격흡수성에 대해서는 아직 현장에서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다”며 “충격흡수성을 높이는 것과 검사하는 것 모두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업체들은 학교 측에서 특별히 주문하지 않으면 나서서 보완하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KCL 관계자는 “천연잔디를 깎고 다듬는 것처럼 인조잔디 역시 마모된 잔디와 충전재 보충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양휘모ㆍ이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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