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종사자의 양심고백 “충격 흡수 위한 충전재 사용 비용 아끼려 정량보다 덜 채워 대부분 모래로 충당 관행화”
“아이들 안전에 가장 중요한 ‘충전재(탄성칩)’를 빼돌리는 행위, 이제는 뿌리 뽑아야 합니다”
경기도 내 학교에 설치된 인조잔디 운동장이 KS(한국산업표준)에서 규정한 ‘최저 충격흡수성’에 현저히 미달돼 학생 안전이 위협(본보 10월12일자 1면)받고 있는 가운데 충격흡수를 위한 ‘충전재’가 정량보다 덜 채워졌기 때문이라는 업계 종사자들의 양심고백이 이어졌다.
14일 본보의 ‘육상트랙만도 못한 인조잔디 운동장’ 기사를 접하고 연락을 해온 A씨는 “기사를 접한 후 누구보다 현장에서 느꼈던 비리문제의 심각성을 제보하기 위해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A씨는 십수 년째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인조잔디 운동장 공사를 직접 맡아온 ‘인조잔디 전문가’로 한 때 1년에 100여 곳이 넘는 인조잔디 운동장 공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러한 A씨는 인조잔디 운동장의 충격흡수성이 낮은 이유를 “충전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A씨는 현행 KS(한국산업표준심의회)에서는 학교 인조잔디 구장의 충격흡수성을 5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운동장 1㎡당 11㎏의 충전재가 채워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도내 학교들의 ‘인조잔디 및 충전재 포설 시방서’를 본보가 입수해 확인한 결과, 운동장 1㎡당 11㎏의 충전재를 채우도록 명시하고 있었다.
충전재는 재질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현재 시중에서는 평균 ㎏ 당 2천 원가량에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충전재는 1㎡당 11㎏씩 축구장(8천㎡)에 정확하게 채울 경우, 충천재 비용만 1억 7천만 원이 훌쩍 넘게 된다. 이에 인조잔디 운동장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업체들이 충전재를 시방서에 나온 투입량보다 3분의 1가량 적게 뿌리는 것이 공사 현장에서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충전재 빼돌리기가 가능한 것은 충격흡수성에 대한 검증 작업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인조잔디 운동장 준공 승인을 받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는 현실 탓이다. A씨는 “1㎡당 평균 4~5㎏의 충전재가 덜 뿌려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대신 그 부분을 규사(모래)로 충당하는 방식이 관행화가 돼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 충전재를 덜 뿌리면 인조잔디 운동장 한 곳 당 6천만 원 이상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들 역시 공사 현장에서 충전재 빼돌리기는 이미 관행이 되어 버렸다며 A씨의 주장을 뒷받침했다. 이들은 “비단 학교 인조잔디 운동장뿐만 아니라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설치하고 있는 인조잔디 운동장 역시 충격흡수성이 매우 낮게 조성되고 있다”며 “대부분의 업체들이 충전재를 아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라고 밝혔다. 특히 이 같은 충전재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준공 후 충격흡수성 검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조잔디 운동장 시공업을 하고 있는 B씨는 “충격흡수성이 낮게 시공되면 아이들의 성장발달에는 물론 성인들의 부상위험도 매우 높아진다”며 “사고 방지를 위해 학교 측은 인조잔디 운동장 준공 승인 조건에 충격흡수성 검사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호준ㆍ양휘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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