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공공시설에 내 이름 새겨라”·“난자 건강할 때 결혼해야”
성희롱에 부당 업무지시 주장… 비대위 꾸려 학교 정상화 추진
교장 “아들 먼저 입학 후 발령받아… 성희롱적 발언 한 적 없어”
“세상에 위독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ㆍ“여자는 난자가 건강할 때 결혼해야 한다”
안성의 한 공립고등학교 교장이 교사 등 직원들에게 성적 수치심이 드는 발언을 한 것은 물론 부당 업무지시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해당 교장은 교사들이 선도가 필요하다고 건의한 학생에 대해 지역 정치인을 만난 후 선도하지 말 것을 지시하는가 하면,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들과 교내까지 함께 출근하고, 학교 예산으로 세운 구령대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기도 했다.
3일 A고 교사 등에 따르면 지난달 초 A고 교사 및 실무사 등은 ‘A고교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교육 공동체’를 구성하고 현재 A고의 교장인 B씨에 대한 감사 촉구와 사과 등을 주장하고 있다. 이 학교의 교사 및 실무사 총 52명 중 47명(90%)이 공동체 활동을 지지하는 서명을 작성, 사실상 거의 모든 직원들이 교장을 규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보면 지난 2017년 9월1일자로 A고에 부임한 B교장은 2017년 말께 평소 수업 태도가 불량하고 서류를 위조해 질병확인서를 제출한 학생에 대해 담임 및 학년부 교사들이 선도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음에도 불구, 선도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이는 해당 학생의 아버지와 안성 지역 정치인이 B교장을 만나고 난 후 내려진 지시다. 이에 대해 교사들은 B교장이 직권남용 및 부정청탁금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B교장은 2017년 11월 당시 부모님이 위독해 학교를 나오지 못한 학생에 대해 교사가 결석처리 결재를 받으려 하자 “세상에 위독하지 않은 사람 없다”며 당장 증빙서류를 팩스로 보내라고 지시했고, 학생이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교장이 한가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독촉했다고 교사들은 증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여교사들에게는 “여자는 난자가 건강할 때 결혼을 해야 한다”라거나 “여자는 애교 내숭 변신 이 3가지를 갖춰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발언도 했다고 교사들은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완공된 구령대에는 교장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는데, 이를 두고 교사들은 개인이 기부한 것도 아닌데 왜 공공시설물에 이름을 새겨 놓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B교장이 부임할 당시 해당 학교에는 B교장의 아들이 고3으로 재학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학부모에게는 안전을 이유로 교문 안까지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상황에서 B교장은 아들과 함께 출퇴근을 같이해 위화감을 조성하는가 하면, 현장체험학습 신청서는 규정에 따라 일주일 전에 사전 신청해야 하지만 B교장은 규정에 어긋난 체험학습 신청서를 처리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고 교사들은 밝혔다.
A고교 민주주의 공동체 관계자는 “아이들에게 민주주의와 정의를 가르치는 교사들이 현재 A고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을 못 본 척 넘어간다면 진정한 교사라고 할 수 있겠는가”라며 “A고 교사들의 지혜를 모아 학교를 정상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B 교장은 “선도 대상 학생의 부모와 정치인이 갑자기 교장실로 찾아와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된 것일 뿐”이라며 “아들이 먼저 학교를 다니는 상황에서 교장으로 발령받았고, 며칠 함께 등교하다 주변에서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충고해 이후에는 함께 등교하지 않았다. 또 성희롱적 발언은 절대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석원ㆍ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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