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부터 갑자기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서 전쟁에 대한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정말로 내일(23일) 전쟁이 일어나냐?"는 것이었다. 앞서 온라인 상에서는 "2020년 4월 23일 새벽에 제2차 한국 전쟁이 일어난다"는 괴담에 가까운 글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어떻게 해서든 사람들을 살리고 싶어서 이렇게 글 보냅니다. 백두산이 폭발하면 전쟁은 끝이 납니다. 비상경보를 늦게 알릴 것이니 수많은 사람들이 가족을 잃게 되며 수도권에 핵미사일을 떨어뜨려 건물도 사람도 재가 되어 사라질 것입니다."
마치 미래를 예언하는 듯한 이 글은 어쩌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그저 허무맹랑한 소리로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즉시 사는 곳을 떠나라는 간곡한 호소까지 더해 사실감을 높이고 있다.
"미처 대피하지 못하신 분들은 화학무기를 살포할 것이니 방독면이나 얼굴 전체를 가릴 수 있는 천을 싸고 밖으로 대피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한 순간 거짓말쟁이로 찍히면 그만이지만 제 말이 만약 현실로 벌어진다면 여러분은 생존이 달린 문제입니다. 지금부터 짐 챙기시고 적어도 21일까지는 국내를 떠나시기 바랍니다. 하다못해 제주도라도 가주셨으면 합니다. 부탁드립니다."
재밌는 건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이다. 당연하게도 내일 새벽 전쟁이 일어난다는 경고를 믿는 이들은 없었다. 그러나 전쟁이 일어난다고 가정하고 각자가 하고 싶은 것들을 댓글로 달아 웃음을 주고 있다.
누리꾼들은 "그냥 막 살 거다" "오늘 야식으로 치킨, 햄버거 먹어야지" "내일이 내 생일인데..." "안돼. 그날 '동물의 숲' 업데이트 해야 돼" "헐..아직 '워킹데드' 다 못 봤는데" "그럼 과제 안 해도 되는거야?"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놀러다녀야지" "월급이 25일인데..."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허위사실 유포와 가짜뉴스는 최소 징역형으로 엄벌해야 한다"며 "허위사실과 가짜뉴스가 강간, 살인보다 더 악의적이고 잔인한 범죄"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그동안 국내에선 제2차 한국전쟁이 일어난다는 예언이 수차례 등장했다. 하지만 예언이 실현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대부분의 국민들도 이러한 말들을 믿지 않고 그저 흥밋거리로만 소비했다. 하지만 이같은 전쟁 예언을 실제로 믿었던 이들이 있었다.
지난 2015년 9월, 홍혜선이라는 전도사는 '한국 전쟁 메시지'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해당 영상에는 "북한군이 땅굴을 통해 전쟁을 일으킬 것이다. 북한군은 어린이들을 납치해 인육으로 잡아먹고 여성들을 제2의 정신대로 만들 것이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문제는 해당 예언을 실제로 믿는 이들이 등장했다는 점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가족들을 버리고 미국, 태국, 캄보디아 등으로 피난을 떠나기도 했고, 이 때문에 한국에 남겨진 가족들이 피난 간 이들을 되찾아오면서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하기도 했다.
당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한 홍혜선은 "지난해 3월 26일 주님이 온라인에 (전쟁예언을) 올리라고 하셔서 올렸다. 주님이 한국에서 발표하라고 했고, 한국에서 집회를 하라고 하셨다"며 "예언으로 가족들 간에 일어나는 문제 등에 대해서는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장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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