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와 일부 살처분 업체 간 ‘검은 유착’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공무원이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준 사례가 지난해 경기도 감사에서 적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평택시 동물방역팀장이 가축매몰지 복원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충청지역 업체에 몰아주고자 사업 규모를 쪼개 분리 발주한 것인데, 실제 사례가 확인된 만큼 도내 전 시ㆍ군을 대상으로 진상조사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기도는 지난해 7월 평택시를 대상으로 종합감사를 추진, 평택시 시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해당 감사에서 도는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9년 7월까지 평택시 축산과 동물방역팀장으로 근무한 A씨가 2017~2018년 가축매몰지 복원 사업 용역 6건을 의도적으로 수의계약 체결한 정황을 포착했다.
A팀장은 처리방법과 복구해야 하는 시기가 비슷한 여러 가축매몰지를 하나로 묶어 복원 사업 용역을 발주할 수 있었음에도,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위해 분리 발주하도록 담당자에게 지시했다. 이에 총 6개의 가축매몰지 복원 사업 용역을 ‘추정가격 2천만원 초과 5천만원 이하인 여성기업과 체결하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B업체(충남 부여)와는 5건(총 사업비 2억여원), C업체(충남 아산)와는 1건(총 사업비 4천400여만원) 계약했다.
특히 A팀장은 해당 계약과 관련, 평택시 회계과에서 통합 발주 및 경쟁입찰을 검토하라고 요청했음에도 수의계약 진행을 위해 담당자에게 경쟁입찰의 문제점을 문서로 작성해 회계과로 회신하라고 지시했다.
도는 이 같은 A팀장의 분리 발주 지시가 불특정 다수의 관련 업체의 사업 참여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용역계약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또 해당 사업을 경쟁입찰 방식으로 추진했을 경우 실제 집행된 예산보다 740여만원 낮게 계약을 체결했을 것으로 분석, 예산 낭비라는 결과도 초래한 것으로 봤다.
하지만 A팀장은 경징계 조치만 받았으며, 농업직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여전히 같은 과에서 근무 중이다.
평택시 관계자는 “문제가 불거진 A팀장에 대한 인사발령도 고려했으나 맡을 수 있는 보직이 한정된 농업직 공무원인 탓에 다른 과로의 이동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 사례를 전 직원에 공개하는 등 재발방지 노력은 충분히 이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공직사회와 일부 업체 간 유착 관계가 수면 위로 드러났음에도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면서 도내 전 시ㆍ군 대상 진상조사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살처분업계 관계자는 “소문으로만 떠돌았던 유착 관계의 꼬리가 잡힌 것”이라며 “빙산의 일각만 바라볼 게 아니라 진상조사를 벌여 검은 유착을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반 = 이호준·송우일·채태병·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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