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 당국 “물류센터 화재 초기 스프링클러 작동 지연”
노조 “사측에서 오작동 이유로 자주 꺼놨다” 주장 일치
‘근거 없는 루머’ 일축했던 쿠팡, 책임 회피 어려울 듯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서 진화 작업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발화 당시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를 두고 목격자의 진술이 엇갈렸지만, 소방 당국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놨다.
이상규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장은 20일 “최종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소방이 조사한 바로는 화재 초기 스프링클러 작동이 8분 정도 지체됐다”며 “원칙적으로 스프링클러를 폐쇄하면 안 되지만, 누군가 꺼놓았던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병조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지난 18일 “평소 오작동이 많다는 이유로 꺼 둔 스프링클러 작동이 늦어졌다”고 사측의 안일한 안전관리 태도를 지적한 바 있다. 당시 쿠팡 측은 ‘근거 없는 루머’라고 일축했지만, 결국 책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여부를 수사 중인 경찰은 임의로 조작한 흔적이 발견될 경우 관련자를 처벌할 방침이다.
현장에선 진화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소방 당국은 이날 오후 3시56분을 기해 화재 대응 단계를 해제했지만, 인력과 장비는 그대로 유지 중이다.
소방 관계자는 “화재를 완전히 진압하는 데까지 최소 이틀 이상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며 “우선 안전하다고 판단된 지점까지 진입해 불씨를 제거하는 작업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현장 안전진단을 통해 건물 붕괴 위험은 해소됐지만, 화재 재확산 이후 건물의 뼈대가 휘어진 탓에 낙하물이 떨어질 위험이 큰 상황이다. 이로 인해 중장비 동원이 불가하고 대원들이 직접 잿더미를 헤쳐가며 잔불 작업을 하고 있다. 진화 인력은 당초 2시간에 한 차례씩 교대했지만, 낮 기온이 30도를 넘나들며 1시간 단위로 교대시간을 단축했다.
소방 당국은 이날 일몰까지 진화 작업을 진행하고 21일 오전 10시께 건물에 대한 2차 안전진단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전날 오전 1차 안전진단을 통해 내부로 진입한 구조대는 실종 약 48시간 만인 지난 19일 낮 12시12분께 고(故) 김동식 소방령의 유해를 수습한 바 있다.
현재까지 경찰과 소방 당국은 CCTV 영상 등을 토대로 전기적 요인에 의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장 감식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벌일 예정이며, 일정은 완진 이후 잡힐 것으로 보인다.
한편 쿠팡 측은 이번 화재로 목숨을 잃은 김 소방령의 유족을 평생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족과 협의를 거쳐 ‘김동식 소방령 장학기금’을 추진하고, 과도한 연기 흡입으로 중상을 입어 치료를 받고 있는 김 대장의 동료 대원에 대한 지원책도 강구한다는 계획이다.
김정오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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