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노조 ‘분노’…“물류센터 화재, 안일했던 쿠팡”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위한 쿠팡 물류센터노동조합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위한 쿠팡 물류센터노동조합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 노동자들이 덕평물류센터 화재를 놓고 사측의 안일한 태도를 질책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18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에 화재 사고에 대한 책임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노조 측은 물류센터에 수많은 전기장치가 설치되고 먼지까지 가득 쌓여 화재 위험이 높은데도 쿠팡 차원에서 사고 예방 대책을 마련하거나 실행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민병조 지회장은 “평소 오작동이 많다는 이유로 꺼 둔 스프링클러 작동이 늦어졌다”며 “최초 신고자보다 10분 이상 일찍 화재를 발견한 노동자도 있었지만, 사측에서 휴대전화 반입을 금지한 탓에 신고를 하지 못했다”고 분개했다.

노조는 쿠팡 측에 ▲연 2회 이상 물류센터 전 직원 화재대응 훈련 실시 ▲재난안전 대비 인원 증원 ▲전체 물류센터 안전점검 등 대책을 즉각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또 정부와 지자체에도 화재 조사에 노조의 참여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쿠팡 노동자의 건강한 노동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도 사측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쿠팡에서 전날 사고 이후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만 내놨을 뿐 노동자의 피해에 대한 대책 마련이나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한 노력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는 게 이유다.

또 지난 2018년 2월 설 연휴기간에도 이곳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당시 현장 감독관은 대피하려는 노동자들에게 ‘일하는 시간에 허락없이 자리를 이탈하지 말라’고 막아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건물 외부에서 소규모 화재가 발생한 탓에 별다른 피해는 없었지만, 당시에도 연기가 물류센터 내부로 들어와 노동자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 같은 내용은 전국불안전노동철폐연대의 노동자 실태 보고서에 담겨 있다.

김혜진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사측은 거대한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배송 차질만 걱정할 뿐 노동자들이 모두 안전하게 대피했는지, 그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며 “노동자들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화재 원인을 명확하게 공개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7일 오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검은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윤원규기자
17일 오후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검은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있다. 윤원규기자

이와 관련, 쿠팡은 노조 측에서 ‘평소 스프링클러를 꺼뒀다’는 등 근거 없는 루머를 유포하고 있다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또 화재 발생 직후 직원의 안전과 고용 안정을 위한 모든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화재 발생 직후 모든 직원들을 대피시키고 현장으로 출근하던 직원들을 즉시 귀가시켰다”며 “또 고용 안정을 위해 최대한 본인이 희망하는 곳으로 전환 배치하거나, 다른 물류센터에 지원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환기간에도 임금은 정상적으로 지급될 예정이며, 노조는 근거 없는 억측과 허위사실 유포를 자제해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17일 오전 5시36분께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불이 났다. 화재 발생 3시간 만에 불길이 잡혔고 초진 판정이 내려졌으나, 이후 재확산하면서 이날까지 이틀째 진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던 직원 248명은 모두 대피했으나, 화재 진압을 위해 현장에 투입됐던 광주소방서 119구조대 구조대장 A 소방경(54)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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