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화재’ 둘러싼 의혹…경찰, 본격 수사 착수

21일 오후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잔불 정리를 하고 있다.조주현기자
21일 오후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현장에서 소방관들이 잔불 정리를 하고 있다.조주현기자

경찰이 이천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천경찰서에 수사본부를 차리고, 화재 직후 확보했던 물류센터 지하 2층 CCTV 영상 등에 대해 정밀 분석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오전 5시36분께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물류센터에서 불이 나 엿새 만인 지난 22일 완진됐다. 이 화재로 진화 작업에 투입됐던 소방관 1명이 순직했다.

화재 발생 직후 경기일보가 단독 입수했던 영상을 보면 지하 2층 창고 내 콘센트에서 전기 스파크와 함께 연기가 일기 시작하고, 곧 불길로 번지는 장면이 포착된 바 있다.

이상규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장이 밝힌 ‘스프링클러 8분 지연 작동’에 대한 조사도 병행한다.

화재 이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 측은 평소 오작동이 많다는 이유로 사측에서 꺼 둔 스프링클러 작동이 늦어졌다고 지적했다. 당시 쿠팡 측은 ‘근거 없는 루머’라고 일축했지만, 소방 당국의 조사 결과 누군가 스프링클러를 꺼놓았던 흔적이 발견됐다.

23일 오후 6시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와 관련, 사측에서 대피를 지연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한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해 23일 오후 6시 기준 9천278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갈무리

해당 센터에서 근무했던 노동자 등이 주장하는 ‘화재 신고 묵살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이뤄진다.

자신을 덕평물류센터 근무자라고 밝힌 인물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화재 당일 오전 5시26분(최초 신고보다 10분 빠른 시점) 1층 입구로 향하는 길에 연기를 보고 보안요원에게 불이 났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지만, 묵살당했다”며 사측에서 대피를 지연시켰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가 비상상황에 대비해 정기적으로 훈련을 한 덕분에 직원들이 신속하게 대피했고 인명피해도 없었다는 입장문을 낸 것과 정면 상충하는 지점이다.

이 밖에도 경찰은 지난 2월 실시됐던 소방시설 점검에서 적발, 시정 조치된 것으로 파악된 277건에 대해서도 실제적인 이행 여부를 다시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쿠팡 근무자, 물류센터 관리업체 직원 등을 불러 조사하고 있다”며 “다만 현장에서 유독가스가 빠진 뒤에야 감식을 비롯한 정밀조사를 할 수 있어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는 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정오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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