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층을 3개로 쪼갠 ‘쿠팡 물류센터’…과욕이 火 불렀다

20일 오후 화재 진압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윤원규기자<br>
20일 오후 화재 진압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폭격을 맞은 듯 처참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아직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윤원규기자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에 대한 합동감식 결과, 처음 불이 났던 지하 2층은 복층 형태로 나뉜 것으로 확인됐다.

물건을 많이 적재하기 위해 1개 층을 다시 3개 층으로 나눈 것인데, 결국 과욕으로 불을 키운 셈이 됐다.

경기남부경찰청은 29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5개 기관과 현장감식을 실시했다.

감식 결과,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됐던 물류센터 지하 2층은 다시 3개 층(상층부터 01ㆍ02ㆍ03)으로 나뉘는 복층 구조로 돼 있으며, 이 가운데 가장 아래 ‘03’층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 17일 화재 발생 이후 본보가 단독 입수했던 CCTV 영상을 보면, 지하 2층 물품 창고 내 진열대 선반 위쪽 콘센트에서 전기 스파크와 함께 불꽃이 튀기는 장면이 포착된다. 특히 영상에서 바닥부터 천장까지 높게 설치된 진열대의 높이는 약 3m로 추정되는데, 해당 장소가 불이 시작됐던 지하 2층의 ‘03’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오전 11시께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현장으로 경찰 등 요원들이 합동감식을 위해 현장 내부로 진입하고 있다. 장희준기자

하나의 층을 여러 개로 나눈 것은 물량을 많이 적재하기 위한 선택이었지만, 결국 빼곡하게 쌓인 물량들이 무너지며 화재가 재확산됐다. 이후 면적으로 따지면 5만3천㎡에 달하는 물량 1천620만개를 모두 태울 때까지 엿새 동안 불이 계속됐다.

이날 감식단은 화점까지 접근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오랜 불로 현장 내부가 심하게 훼손됐고, 이로 인해 추가적인 붕괴 위험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욕심이 불을 키운 데 이어 현장감식에서도 문제를 일으킨 셈이다.

경찰은 현재로선 추가적인 감식을 계획하지 않고 있다. 다만 수사과정에서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다시 현장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여운철 경기남부청 과학수사대장은 “아직 정확한 발화 원인을 단정 지어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화재 원인을 규명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17일 오전 5시36분께 이천시 마장면에 위치한 쿠팡 덕평물류센터 지하 2층에서 시작됐다. 이 불로 소방관 1명이 순직했으며, 축구장 15개 크기와 맞먹는 연면적 12만7천㎡의 물류센터 건물이 전소됐다. 이후 화재 발생 엿새 만인 지난 22일 완진됐다.

김정오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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