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술 취해 기물 때려부순 경찰 간부, 초과근무까지 찍었다

경찰 간부가 술에 취해 청사 내 기물을 때려부순 뒤 허위로 초과근무까지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음주비위가 잇따르는 데 더해 초과근무 관리ㆍ감독 실태마저 엉망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8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분당경찰서 경비교통과 소속 A 경위는 지난달 28일 저녁 술에 취한 채 청사에 복귀했다. 이후 1층 교통관리계 사무실과 민원실 사이에 있던 화분, 입간판 등을 밀치며 술주정을 부렸고 화분은 산산조각이 났다.

더구나 사건 당일 A 경위는 술을 마시면서 저녁식사를 했던 2시간을 오후 8시50분께 ‘초과근무’로 입력했다. 분당서 측은 일주일이 넘도록 1층 로비에 있던 화분이 어떻게 파손됐는지 파악하지 않았으며, A 경위의 행태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A 경위는 “그날 술을 마신 것도 맞고 사무실로 돌아온 것도 맞지만, 화분이 어떻게 깨진 것인지는 모르겠다”며 “오히려 다음날 아침 출근하며 부서진 잔해를 내가 치웠다”고 부인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분당서는 뒤늦게 A 경위를 불러 조사했고, 그는 감찰이 착수된 뒤에야 잘못을 시인했다.

올해 경기남부청의 음주비위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는 음주운전은 물론 지구대 순찰팀 직원들이 방역수칙을 어긴 채 단체로 술판(경기일보 10월1일자 5면)을 벌이거나, 정보경찰이 만취 상태로 아이스크림 가게 업주에게 행패를 부린 사건(경기일보 10월15일자 4면)도 발생했다.

또 음주를 즐긴 시간도 손쉽게 초과근무 입력이 가능한 것으로 드러나며, 혈세가 지급되는 초과근무 관리ㆍ감독 실태마저 허술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경기남부청에선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최근 3년간 무려 4천556억원의 수당이 지급됐다. 해당 기간 부정수급 총액은 298만원으로, 지급액 대비 0.0006%에 불과하다.

엄청난 규모의 수당이 지급된 반면 부정수급 적발 액수는 현저히 낮게 나타났는데, 이마저도 작년에는 적발된 게 없다. 지난 2018~2019년 부정수급으로 걸린 인원은 3명으로, 1명은 중징계 중 가장 가벼운 정직에 처해졌고 나머지 2명은 감봉 처분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3월 수원중부경찰서 소속 3명의 ‘가짜 초과근무’가 적발됐다. 당시 직원들은 퇴근 후 볼일을 보다 사무실로 돌아와 근무기록을 허위로 입력했는데, 수원중부서는 자체 감사를 벌이고도 2명에 대해 ‘혐의없음’으로 판단했다. 나머지 1명만 징계라고 보기도 어려운 경고 처분을 내리는 것으로 사안을 종결했다.

연정훈 분당경찰서장은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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